딱 그만큼만 가깝게
어쩜 우린 / 이장근
가장 가깝게
가장 멀구나
우린
등을 맞대고 있기에
서로 반대쪽을 보고 있다고
모두 적은 아니지
등으로 전해지는
뜨거움과 꿈틀거림
너도 참 치열하게 사는구나
어쩜 우린
한편일지도 몰라
우리를 포위하고 있는 세상에 맞서
서로의 등 뒤를 막아 주고 있다고
학생이 나를 보면 생각나는 시라며 적어준 글귀다.
학생들이 써준 장난 어린 쪽지들 사이에서 유독 이 시가 눈에 띄었다.
정말 한참을 읽고 또 읽었다.
'내가 그래도 학생들의 편이긴 했구나.'
'가끔은 반대편에 선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했겠구나.'
'하지만 내가 적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구나.'
시를 읽는 내내 많은 생각이 스쳤지만, 가장 길게 머문 생각은 이것이었다.
'어쩌면 교사와 학생의 관계를 가장 잘 나타내는 시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교사가 학생과 온전히 같은 곳을 바라보기란 힘들다. 학생들은 저마다 바라봐야 할 곳이 있고, 그곳은 모두 다르다. 그렇기에 모든 학생과 같은 방향을 볼 수는 없다.
때로는 학생들이 바라는 것을 가장 크게 반대해야 하는 존재도 교사다. 작게는 조퇴나 외출부터, 크게는 장래 희망까지. 우리 교사 집단은 종종 학생들의 대척점에 서 있는 것만 같다. 학생들 입장에선 우리가 반대편을 바라보는 '적'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가끔은 버겁기도 하다.
내가 사랑하는 직업이, 내가 사랑하는 학생들이 나를 적으로 규정할까 봐.
내가 누구보다 본인들의 편이라는 걸 모를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두려워서.
하지만 괜찮다. 우리는 한 편이니까. 그건 변하지 않을 테니까.
우리가 같은 편이라는 걸 너희가 몰라도 괜찮아.
같은 방향을 보고 있지 않는다는 이유로 우리를 적으로 느낀대도 상관없어.
그건 어른인 우리가 감당할 무게야.
하지만 하나는 기억해 줘.
우리는
너희를 포위하고 있는 이 막막한 세상에서
너희 등 뒤를 지켜줄 한 편이야.
가끔 적이 되어도, 가끔은 나를 미워한대도 괜찮아.
우리가 서로 등을 맞댈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해.
우리, 그 정도로 만족하자.
그 정도로만, 딱 그만큼만
가깝게 지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