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주의 INFJ(ISFJ) 라고 살짝 핑계하면서,
나는,
참 호전적이지 않은 사람이다.
경쟁도 즐기지 않는 것 이상으로 도리어 기피하는 편이고,
굳이 남을 비교하고 싶지도 않고,
내가 비교 대상이 되고 싶지도 않다.
누가 날 보고 비교당해서 마음 상하는 것도 원치 않는다.
누가 날 남과 비교해서 내가 마음 상하는 것도 싫다.
다급하고 준비되지 않은 상태가 두렵다.
(아마도 이건 신체적 결함과도 연결되는 것 같은데)
여하간 마음이 조급해져서 내가 실수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것 자체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벌렁벌렁 쿵쾅댄다.
누군가 나에게 실망하는 것이 속상하다 못해 화가 난다.
(이걸 보고 있는 심리학자는 날 어떻게 평가할까)
나에게 실망할 만큼 말도 안 되는 일을 주거나, 그런 말을 하는 것도 부당하다 여겨져 화가 난다.
그런데 내가 그 말도 안 되는 일을 해내지 못한 것이 더 속이 상하고 화가 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내가 싫어하는 사람에게까지도 _ 나는 모두를 만족시키는 사람이 되고 싶은가 보다.
그래서 어차피 완벽한 천재가 되지 못할 거면, 모든 일을 중간 수준에서 + 중간 수준의 살짝 그 이상까지만 다 해낼 줄 아는 어중간한 만능이 되고 마는 것이 차라리 마음이 편하다고 느낀다.
그런데 사회에 나와 보니, 세상을 살아가다 보니, 나이를 먹다 보니, 많은 사람을 만나다 보니 내가 얼마나 무능력한 사람인지를 보게 된다. 아니, 오히려 자꾸 내 자신한테 내가 얼마나 무능력한 사람인지에 대해 뒤통수를 맞아 가며 깨닫고 있다.
중간 정도라고 생각했던 내 능력이 너무나 하찮게 보일 때도 참 많다. 나름 괜찮다고 생각했던 것은 너무나 모자라다고 느낀다. 나름 말도 잘 하는 것 같았는데, 사람을 대하는 기술도 정말 형편없어 보인다. 심지어 내가 나 자신한테 떳떳해 보이지도 않는다! OMG!
사회는 끊임없이 나에게 "네가 저 사람보다 더 가치있음을 증명해봐!" 라고 요구하는데, 나는 애초에 '저 사람보다 가치있다'는 그 말 자체를 증명하고 싶지 않다.
그러고 싶지 않는 사람이 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어중간하게 중간까지만 최선을 다하고 살았다.
저 사람보다 가치 있음을 증명하지 않기 위해서 스스로의 가치를 죽여버리는 방법을 택했다.
아니, 그런데 어쩌면 내 안의 깊은 곳에는,
당연히 어느 누구보다 내가 가치있다는 사실을
_ 내가 스스로 증명하지 않아도 누구든지 알 수 있을 만큼의
그런 대단한 사람이 되고 싶은 욕심이 가득했었다.
결국, 인정받지 않아도 괜찮은 사람이 아니라,
내 입으로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인정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거다.
사회에 나와서 뒤통수를 맞았던 이유는 바로 이거였다.
내가 진짜 욕심이 없거나, 욕심을 완전히 내려놓은 것이 아니라 욕심을 무시하고 살았구나..
남을 잡아먹을 마음은 없는 것은 확실하다.
그렇지만, 남들이 나한테 먹힐까봐 알아서 조심했으면 하는 왕이 되었으면 했던게 아닐까?
싸우지 않고도 이길 수 있는 힘과 권력을 갖고 싶었던 걸까?
평화롭게 살아가는 게 아니라, 평화롭게 리더나 최고의 자리에 자연스럽게 오르고, 그 자리를 누구도 탐내지 못할 만큼 감히 꿈꾸면 안되는 완벽한 위대함의 유토피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던거 아니냐구. 나란 인간아.
내 마음의 실제 욕구를 착한 척 숨기고 있었던 나는 결국 경쟁심, 도태, 이 모든 사회구조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는 부당한 요소에 대한 비난을 스스로에게 가장 왕창 퍼붓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나 자신에게 자꾸만 게으르다고, 바보같다고 질책하며 죄책감에 사로잡혔다.
그리고, 그런 나의 모습을 알아채는 사람들에게는 스스로 호구잡혀 살아가게 되었다.
사실, 나도 안다.
학교에서 일하고 있다 보니, 2월이 내 일들을 갈무리 짓는 시기이고 새로운 업무를 준비하는 시기가 된다.
자연스레 요즈음 내 업무의 역량을 스스로 평가하고 파악해본다.
여전히 나의 중점은
첫째, 어떤 일이 들려지고 맡겨질 때 모든 것을 알아들을 정도의 다식한 사람이 되는 것
둘째, 어떤 상황에도 필요한 사람, 해낼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빙빙 돌고만 있다.
나의 2026년도 버킷리스트에도 이런 나의 욕심이 그득하게 녹아들어간 것이 눈에 띈다.
이런 나의 모습까지도 여전히 사랑하시고, 그분의 방법대로 사용하실 것을 믿고 기대하기에 이제는 20대의 불안과 불만과 고통에 가득차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사회생활에서 나를 지혜롭게 어필하는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모르겠다.
정답을 말씀에서 찾아가는 중이라 해도, 나의 성품과 나의 뒤틀린 시선과 욕심을 바로잡아주시는 하나님의 뜻은 내게 어떻게 가르치고 계시는 지가 여전히 내 욕심에 가리워져 있는 듯 하다.
이번 주 내내 일이 많고 이게 맞나 싶고 머리가 너무 복잡해서 주절주절 적어보는 이번 주의 글.
그냥, 그렇다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