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내게 왜 그러셨을까?

아니, 나는 왜 하나님께 그런걸까.

by 이나영

2년 전까지 쓰던 핸드폰의 사진첩을 정리하려고 켰다.

2018년부터 2025년 1월까지의 내 모습이 가득히 들어있는 사진첩.


얼굴빛이 확연하게 달라져 있었다.


2019년 인생의 큰 변곡점을 맞은 그 여름,

5년을 넘게 만난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정확히는 그는 어쩌면 헤어지고 싶었을지 모르겠다. 내가 나의 옳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고, 내가 사람을 바꿀 능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던 실험체(?)같은 사람이었기에, 내가 놓아주어야만 했던 사람이었다.


대학원 논문을 써야 했다. 본래의 논문학기는 내가 너무 부족해서 조금 더 공부하고 논문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공부하는 시기였다 치지만, 그 이후에 한 학기를 쓰고서 다음학기까지 좀 다시 쓰자는 그 교수님의 말씀이 (무려 6~7년이 지난 지금도) 소름돋고 무섭고 서럽다.


그렇지만 그 시기에 참 많은 사람들이, 힘들었던 나는 기억하지 못했을지라도 꾸준히 남긴 그 사진들 안에 함께 있어주었다. 그리고 그 때의 내 얼굴은 힘든 와중에도 웃음에 때가 묻지는 않았던 것 같다.


2020년의 코로나가 터지고 홀로 광야에 남은 듯한 심정으로 일하던 그때에도 나는 혼자 예쁘게 꾸미고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을 테지만서도!) 마치 탑에 갇힌 라푼젤마냥 삭막한 사무실을 혼자 지키면서 일을 잘 해내려 참 애썼다.


2021년, 2022년, 2023년이 오기까지 오히려 겉모습은 사회의 기준으로서는 심한 과체중이고, 크게 별볼일 없는 일하는 그냥 20대 후반의 한 여성으로 보였겠지만 내가 나를 찍은 사진들은 의외로 많았다.

의.외.로.


도리어 2023년 상반기, 내게 마음의 병으로 공황과 과호흡이 찾아오면서부터는 내가 나를 찍는 순간들이 현저하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오히려 살은 많이 빠졌고, 더 예뻐지고 있었을텐데도 나는 나를 남기지 못했다.

왜였을까.


사진 속 내 표정의 웃음이 가짜가 되기 시작했다.

웃음이 나질 않기 시작했다. 공황을 숨기고 웃어야 할때도 있었고, 언제 과호흡이 올지 모르는 불안감에 웃지 못하는 순간이 너무너무 켜켜이 쌓여지고 있었다.

웃음이 장점이 나였는데, 웃지를 못하고 있었다.


예뻐졌는데, 얼굴빛이 달라져 있었다.




동생이 책을 한 권 내밀었다. 언니 읽어봐.

"하나님은 다윗에게 왜 그랬을까?"


어? 그러게 하나님은 다윗한테 왜 그러셨을까?

왜 다윗을 그렇게 빨리 기름부으시고,

왜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게 해놓고서는 사울의 미움을 받게 하시고,

근데 그것도 오지게 오래오래 사울에게 쫓기게 하시고,

왜 다윗이 그렇게 하나님 사랑하는지 아시면서 성전건축도 못하게 하시고,

왜? 왜? 왜?


라고 생각하면서 책을 들었는데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아, '다윗은 하나님께 왜 그랬을까" 구나 라고 읊조렸다.

아 아니, 다윗이 하나님께 그랬구나, 아 하나님의 의도가 이랬구나.


실은 하나님은 나에게 왜 그랬을까 라는 말이 내 얼굴에 가득했었는데 책을 읽고 나니 그 질문이 바뀌었다.

내가 하나님께 왜 그러고 있는지, 하나님의 의도를 모르고 있는 포인트가 대체 무엇일까?


이전에는 내 얼굴 표정만 보였다면, 내 얼굴 표정이 기쁨이었는데 왜 하나님은 사랑한다면서 나를 이렇게 어두움 가운데로 밀어넣으신 걸까? 라고 생각하기만 했는데.


아! 내 질문이 하나님은 나한테 '왜!!!!!!!!!' 그랬을까? 였는데 -> 하나님은 나에게 왜 그러신걸까????? 로 변하게 되는 책이었다.

하나님의 의도가 무엇이실까를 조금 더 깊이 있게 묻게 되었다.




내가 어떤지만 살피던 시선에서 이제는 하나님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변하게 된 것은 확실하다.


글에 정리되지 않은 마음이 이렇게나 한가득 들어가는 것이 참 신기하다.

사실 지금 마음이 너무 복잡해서 글이 정리된 채로 적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첫 글에 다짐했듯이 완벽하지 않아도 일단 적었다.

그래야 정리되면서 다시 떠오른다. 이런 마음, 이런 다짐, 이런 고민들이 말이다.


이제는 책과 함께 내 고민들을 의미있게 녹여나가기도 해봐야겠다.


미세먼지 낀 하늘처럼 뿌연 내 마음도 맑아질 날이 있을 것을 기대하며, 오늘의 글도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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