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는 것의 연습

그게 왜 어려울까에 대한 고민들

by 이나영

사랑받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 손!

나는 꽤 사랑받고 자란 것 같은 생활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받는 것이 참 어렵다.

상대방이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 "되돌려줘야 한다는 부담"으로 느껴진다.

사랑받기를 아무렇지 않아하는 사람들이 그래서 너무 부럽달까.


결혼을 준비하면서, 더 많이 깨닫고 느끼고 충격받고 좌절하고 다짐하는 것들은

첫째, 나는 진짜 마음에 구멍이 너무 많이 뚫려있구나

둘째, 내가 남한테 진실된 사랑을 잘 못주는구나

셋째, 내가 남이 주는 진실된 사랑을 못믿는구나

하는 것들 등등등등...


어쩌면 내가 지금 이 사람과 결혼 해야겠다고 생각한 가장 큰 이유는

그저 이 사람이 정말 아무 이유 없이 나를 너무 사랑해줘서 였다.


솔직히 너무 내 시선에서는 치명적인 단점이 천지삐까리다.

나랑 인생의 가치관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고 싶고, 돈보다 사람이 중요한데, 이 사람은 가끔 보면 돈 때문에 사람을 악하게 이용하면 어떻게하지? 라는 걱정이 들 때가 있거든.

또, 너무 심하게 다혈질이다. 나는 살면서 이렇게 화내는 사람을 정말 처음 봤다. 공포스럽기는 커녕 진짜 너무 음... 혐오스럽다는 표현은 너무 강하지만 진짜 진절머리가 나는 기분이었다. 이렇게까지 자기 감정을 부끄러운줄도 모르고 드러내는 사람과 어떻게 평생을 내가 살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미안하다는 말을 잘 못한다. 이상한 자존심이 너무 세서 그냥 진심을 담아 '미안해 마음이 많이 상했지' 한마디면 끝날 일을 꼭 내 잘못을 따져서 있는지없는지 그 퍼센테이지까지 따져묻는 듯 하고, 미안해라는 말을 안하고 얼렁뚱땅 스리슬쩍 넘기려 한다. 진짜 속좁아 보여서 그럴 때마다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또, 인생의 기준을 두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들이 신뢰감이 들지 않는다. 어떨땐 되고, 어떨땐 안되는 것이 얼마나 보기 싫은 일인지, 특히 자주 동생들과 살면서 내가 손해를 봐도 내가 말한 건 이악물고 지켜내던 내 모습과 겹쳐져 보일때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또, 사람이 가벼워보인다. 남들이 가시를 가지고 말하는 것을 눈치를 진짜 못챈다. 옆에서 나는 이 사람이 다칠까봐 걱정되서 전전긍긍하는데, 이 사람은 상대방이 자기 진짜 칭찬한 줄 알고, 진짜 자기편인 줄 안다. 진짜 어이없고 걱정된다.

또, 했던 말을 그렇게 잘 바꾸고 잊어버린다. 우리 가족은 했던 말 바꾸고, 잊어버리는 행동은 그 중심이 거짓되서 그런 거라고 배웠다. 그래서 이 사람이 자꾸만 거짓말쟁이처럼 보여진다. 신뢰감이 뚝뚝 떨어진다.


이거 말고도 얼마나 단점을 말하려면 얼마나 많겠는가.


진짜 먼저 결혼하신 선배님들의 이야기들 속에서 배우자의 단점을 말하라고 하면 진짜 끝없이 쏟아내시는 것들을 어깨너머 얼마나 많이 보았는지 모른다. 어른들만 해도 그렇지않나.

나는 이들이 왜 같이 사는지 이해가 도저히 안갔다.

아니? 당장 우리 엄마도 그렇게 불평하면서 왜 아빠랑 사는지 이해가 안갔다.


근데 결국 엄마의 한마디. 아빠가 엄마를 많이 사랑하고 받아줘서.


음, 솔직하게는, 아직도 이해 안간다 크크크

엄마가 더 불평을 안했으면 좋겠다. 어차피 사랑하고 살거잖아.

근데 또, 엄마가 왜 그렇게 힘들었는지는 안다. 그래서 아빠가 답답하고 짜증나기도 한다.


그러면서 이제 앞으로 엄마와 아빠처럼 사랑하며 살아갈 나를 보니

나는 조건없이 사랑을 가득 받은 것이 먼저 보이지 않고,

상대방이 좀 갖춰줬으면 하는 조건들만 수두룩 빽빽하게 보인다.

그리고 그 상대가 그 조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나는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껴진다.


그래 물론, 내가 걱정하는 부분들이 그 사람에게 당연히 수용되어야 하는 건 아닌것도 있다.

고쳐져야만 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한 사람으로서,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자식으로서, 그리고 그리스도인으로서.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지금 내가 결혼을 준비하는 내내 매일 마음속에서 싸우고 있는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사람만을 사랑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을 잊지 않는 것.


어쩌면, 이게 결혼 준비 과정에서 지금 나한테 필요한 것 중 하나인

사랑받는 연습의 한 곁가지일 것 같다.

조건이 완성되었을 때 내가 사랑받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주는 사랑 그 자체로 사랑스러워하며 충만해지는 것.


사랑 받는 것이 어려운 첫번째 이유는 나 역시도 상대를 완벽하게 사랑할 수 없는 것을 스스로 알기 때문에 상대가 주는 사랑을 순수하게 받지를 못해서이지 않을까.

되돌려 줄 나의 사랑이 완벽하지 못할 것 같으니까, 그냥 처음부터 상대방한테 벽을 치고 아 이거 아니잖아 이거 못하잖아 이건 뭔데! 하는 트집부터 받고 시작하는 것 아닐까.

그렇게 상대방이 나한테 완벽하지 못하다는 것을 최선을 다해 입증하고 난 다음에서야, '그래 네 사랑이 완벽하지 않은 거 알지? 나 이렇게 모자란 사랑 받았으니까, 나도 좀 모자란 사랑이거든? 그냥 토달지 말고 받아줘~ 아 어쩔수 없어 그냥 이게 최선이야' 라고 궁상떨고 있는 건 아닐까.


앞으로 나를 알아가기 위해 글을 써보면서 내가 부족한, 사랑받지 못하는, 심리학적으로 분석하고 뭔가 여러가지로 분석해서 나올 수많은 이유들이 있겠지만

그냥 요즈음 계속 내내 허전한 마음으로 있다가 퍼뜩 써내려가는 글.


아 물론 내가 이건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적고 있기 때문에

사랑을 "받는" 내 태도에 대해서 고찰하고 있을 뿐.


다음에는 사랑을 "주는" 태도에 대해서도 고찰해봐야지.


미움과 사랑이 이렇게까지 뒤섞여 공존할 수 있는 것인지 참 의아하고 이상하다.

늘 잔잔하게 그냥 무난하게 살던 감정의 삶에 너무 큰 돌이 던져진 기분이 이상하다.

모르겠다.

요즘은 너무 싱숭생숭하다.

왜 나는 사랑받는 걸 어려워하지? 라고

다시 오리입처럼 입을 댓발 내밀고 고민하다가,

글을 써 내려가면서 빙그시 웃으면서 다시 나를 다독인다.


괜찮아. 네 사랑이 완벽해야지만 상대가 널 사랑하는 건 아닌거 알잖아.

그 사람이 널 얼마나 최선을 다해 사랑하는지를 먼저 보자.


:)



작가의 이전글하나님은 내게 왜 그러셨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