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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하태평 Apr 02. 2021

국민주 시대를 맞이하여


“딸아. 너 삼성전자 주식 갖고 있냐?

국민주라서, 2살짜리 애기도 갖고 있다는데?“     


설렁설렁, 딸의 방으로 가서 책상 앞에 앉아있는 딸에게 묻습니다.

당연히 딸이 갖고 있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그냥 시시껄렁하게 말장난하며 놀자고 묻는 겁니다.    

 

그런데 딸의 대답이 의외입니다.     


“갖고 있지.”

“뭐야?”     


놀라움,

그리고 배신감이 밀려옵니다.

삼성전자 주식을 갖고 있다고?

네가?


브루투스 너마저...     

여편이 간간이 삼성전자 주식을 사고 있다는 걸 알기에 충격이 더합니다.     

     

‘나만 없네...

두 살짜리 애기도 갖고 있는 국민주를 나만 안 갖고 있네...‘     


충격이 지나가고 소외감이 밀려옵니다. 

심심풀이로 놀자고 물어본 질문이 제7의 봉인을 열어버린 듯합니다.

그리하여...   

  

“나도 삼성전자 살 거야.

나도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겨우 충격을 수습한 저는 거창한 공약을 합니다. 

미래에 대한 비전이나 방향성은 없습니다. 대세에서 밀려날 수 없다는 절박감에서 나온 졸속 공약입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삼전을 사려고 주식 창을 봅니다.


아...!     

시작부터 1.35% 오른 가격입니다. 어제만 해도 비실거리던 주가가 오늘 갑자기 힘을 냅니다.


이거 뭐야? 아무리 국민주라고 해도 이 가격에는 못 삽니다.

주식은 하루 종일 강세를 보이더니 오히려 더 오르고 끝났습니다.     


‘내일을 기약하자.’     


포기란 없습니다. 잠시 후퇴할 뿐입니다.

저녁에, 식구들에게 못 샀다고 말하자 돌아오는 건 비웃음뿐.

여편은 ‘그동안 내릴 때는 가만있다가 하필 오를 때 사려 하느냐. 나중에 사라.’며 타박을 합니다.     


그러나, 그럴 수 없습니다.

평소에는 여편 말을 잘 듣는 순한 남편이지만,

나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국민주를 갖고 싶습니다!     


‘내일 아침에는 반드시 사리라...’     


결심을 하고 잠자리에 듭니다.

그리고 다음날, 바로 오늘입니다.

9시가 되기도 전에 주식 창을 엽니다.     


아...

오늘도 1.21% 올라서 시작합니다.     


‘어제 끝날 때 샀어야 하는데...’     


주식 시세는 후회한다고 용서해주지 않습니다.

그제께 밤 사겠다고 했을 때 81,400원이던 주가가 85,000원을 넘나듭니다.


진퇴양난.

국민주 주주 되는 길은 험난하기만 합니다...     


생각해보면

살아오는 내내 남들과 같은 길을 가는 걸 불편해했던 것 같습니다.

군자는 대로행이라 하는데,

저는 많은 사람들이 가는 길을 굳이 마다하며 살았습니다.

삐딱한 성품이라 그런지 남과 다른 길로 가는 게 편했습니다.   

 

‘남이 하는 걸 왜 해야 돼? 나는 좀 다른 걸 해봐야지.’     


이제 다르게 살겠다는 생각은 사라졌습니다. 오히려 대중들 속에서 대중들과 함께 웃고 즐기며 살고 싶습니다. 그러나 마음만 그렇지 잘되지는 않네요.     


최근에 시도했던 웹소설 연재도 그런 생각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내 생각과 현실의 괴리를 확인했지요. 생각대로 살기보다 현실대로 살아보려고 노력 중입니다...     


그리하여!     

국민주 삼성전자를 지금 막 샀습니다!

비싼 값에 샀습니다.

1주 샀습니다.     


어쨌든,

이제 나도 국민주 주주입니다.

자부심이 뿜뿜 솟아오릅니다.     

나는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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