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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하태평 Mar 26. 2021

어제의 결과가 오늘의 체력

    


월화수목금, 아침마다 산에 갔다 옵니다.

집에서 출발 30문이면 꼭대기까지 가고, 내려오는데 50분(능선을 돌아서 내려오거든요), 도합 1시간 20분 걸립니다. 하루치 운동 삼아서 빠지지 않고 하려고 합니다.   

  

올라가다가 힘들어서 숨을 헐떡거립니다.

그러다가 문득 드는 생각.     


‘요 며칠 전혀 숨차다는 생각 안했는데?’   

  

그렇습니다! 지난 일주일 정도 입 꾹 다물고 넉넉하게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힘들어졌을까요?     


지난주에 제주도 여행에서 돌아왔지요. 열흘 정도 있었는데, 빡세게 다녔습니다. 아침에 나가면 오르거나 걷고, 해가 져서야 돌아왔습니다.

그때는 몰랐는데, 집에 와서 산에 올라보니 그게 혹독한 체력단련의 시간이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갑자기 힘들어진 게 아니라, 원래 힘들게 오르던 산이었는데 여행 덕분에 가뿐히 오르게 되었던 거지요. 불과 일주일 만에 그 효과가 사라진 겁니다.     

그제야 깨닫습니다. 오늘의 체력은 어제 노력의 결과라는 것을. 하루 이틀만 더 지나도 그것은 과거의 일이 되고 현재와 상관이 없어집니다. 


시간은 가혹하게 판단을 내립니다. 옛말에 ‘하루만 글을 안 읽어도...’ 하는 말이 있듯이, 하루만 게으르게 살아도 내 인생은 부패하기 시작합니다.     


또 한 가지.

산을 매일 오르지만 매번 힙듭니다. 그런데 제주도를 다녀온 후 전혀 힘들지 않았지요. 정확히 따져보지는 않았지만, 제주도의 산행이(그곳 오름이 보기보다 힘든 가 봐요) 집 앞 산보다 높았나 봅니다.      


선수들이 하드 트레이닝을 하는 게 이해됩니다. 내가 겪은 것보다 약한 고통은 잘 견딜 수 있으니까요.

(갑자기 생각나네요. 아동교육 책에서 본 것 같은데, 매 맞는 아이에 관한 내용입니다. 맞으면서 자란 아이와 안 맞아본 아이 중에서 누가 더 매를 견디나에 대한 거였는데요, 결론은 맞아보지 않은 아이가 더 잘 견딘다는 거였습니다. 맞아본 아이는 자기가 겪어본 정도까지는 잘 견디지만, 그 수준을 넘어가면 급격히 무너진다고 하더군요.)     


오늘은 어제의 결과입니다. 어제 내가 얼마나 열심히 살았느냐의 결과가 오늘의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납니다.     


제가 최근에 웹 소설 연재를 했었는데 흥행에 참담한 실패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크게 깨달은 게 있습니다.      

“독자는 정확하다!”     


내가 아무리 ‘내 작품이 흥행되는 것들보다 못하지 않다!’고 주장해도, 독자는 조회 수라는 결과로 답을 줍니다. ‘아니다!’라고 말하지도 않습니다. 그냥 안 봅니다. 무섭도록 명쾌합니다.     

현재도, 나의 현실도 그렇다고 봅니다. 나의 현재와 현실이 아무리 내 맘에 들지 않아도, 내 생각에는 불공정의 극치인 것 같아도 받아들여야 합니다. 

내가 심은 콩이 난 것이니까요. 내가 어제 한 운동의 결과가 나타난 것이니까요. 내가 이제껏 지은 복의 결과니까요.      


그저께 잘 살았어도 어제 잘못 살았으면 그걸로 땡입니다. 1회 보다가 2회가 재미없으면 안봅니다. 자비를 바라면 안 됩니다. 복은 구걸의 대상이 아닙니다.

체력과 건강도 마찬가지. 우리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합니다. 오늘 힘들게 두 계단 오르면 내일 한 계단은 편합니다.     


딸에게 제주도 여행이 어땠는지 얘기하다가 물었습니다.     



“좋은 것 단계가 어떻게 되는지 아니?”     


혹시 아십니까? 글자 수가 많을수록 더 좋다는 뜻입니다.     


첫째, 굿!

둘째, 따봉!

셋째, 참 좋아!

넷째, 기가 막혀!

다섯째, 베리 베리 굿!

여섯째, 너무 너무 좋아!

그리고 일곱째...     


“더할 나위 없었다!”    

 

제가 딸에게 한 대답입니다.

사실 따져보면 별다른 것 없었습니다. 호화로운 숙소도 없었고, 기막히게 맛있는 식사가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그냥 남들 다 하는 대로 렌트카 하고, 가는대로 가고, 먹는 만큼 먹었습니다. 덜했으면 덜했지 더한 건 없었지요.

그러나 분명히 더할 나위 없었습니다...

     

어제 내린 빗물이 시냇물을 이루고, 그 시냇물이 모여 강물이 되어 바다로 갑니다.

더할 나위 없는 어제가 오늘의 나를 만들고, 제주도 한라산과 동네 뒷산을 오르는 나의 몸이 내일을 여는 기초가 됩니다.     


새로운 시도가 실패하고 초라한 결과로 끝나더라도,

뭐 어떻습니까?

나는 내일 또 산을 오를 것이고, 가끔씩 더할 나위 없는 시간도 맞이할 테니까요.     


혹시 최근에 힘들거나 실패를 경험한 분이 있다면

이렇게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오늘의 실패는 어제의 결과일 뿐이라고.

오늘 새로운 씨를 뿌리면 내일 새로운 결과가 나타날 거라고.

더할 나위 없는 시간이 올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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