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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하태평 Mar 04. 2021

웹소설 연재 실패기


“웬 판타지?”     


제가 소설을 쓰겠다고 했을 때 거의 공통된 첫 반응은 이것이었습니다.

한 번도 소설을 써보지 않은 사람이 판타지 소설을 쓴다고?

그것도 웹 소설을??     


다들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저는 하고야 말겠다고 밀어붙였습니다.


‘이것 봐라. 난 해냈다!’

그렇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2년의 시간이 흘렀네요.

준비기간 약 6개월,

기존 웹소설 탐색과 시행착오 또 6개월,

그리고 꼬박 1년을 썼습니다.     

올해 1월, 드디어 연재를 시작했고

2월 말일 연재를 끝냈습니다.

드디어 끝났습니다!     


후련... 해야 정상인데 그렇지 않군요.

흥행에 참패를 했거든요.

마지막 회를 올리고 작가의 말에 그렇게 썼습니다.     


“원래 3부작으로 계획했으나 1부로 끝냅니다.

TV드라마로 치면 시청률 저조로 인한 조기 종영입니다...”     


시작할 때, 웹소설이 뭔지 전혀 모르던 상태였기 때문에 딸에게 물어봤습니다.

<전지적 **시점>이 제일 유명하니 한번 보라고 하더군요.     

2회까지 보다가 포기했습니다.

그런 식으로 쓸 자신도 없었지만 그런 방향에 동의할 수도 없었습니다.

딸에게 말했지요. 

    

“나는 이렇게 못 써. 내 식대로 쓸 거야.” 

    

지금 생각하면 그게 파멸의 시작이었습니다. 

그 때 좀 더 겸손하게, 인내심을 갖고, 다양한 웹소설들을 읽고 검토해야 했습니다.

독자들이 어떤 작품을 읽는지 꼼꼼히 살펴봐야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경솔하게 ‘내 맘대로 쓰겠다’고 정해버린 거지요.     


나름대로 노력을 안 한 것은 아닙니다.

독자들에게 조금이라도 잘 보이려고 제목도 세 번이나 바꿨습니다.

심지어 연재하던 것을 삭제하고 다시 올리기도 했지요.

물론 결과가 달라지진 않았습니다.(약간 효과가 있었을지는 모르지만 대동소이한 결과라고 봅니다.)   

  

연재를 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독자는 매우매우 정확하고 냉정하다.”는 것입니다.

일단 자신이 원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나는 이러이러한 것을 읽고 싶다!’는 확실한 주관을 가지고 들어옵니다.     


제가 소설을 연재한 곳이 ‘문피아’라는 사이트인데,

인기 소설의 경우 몇 백만 뷰가 되고, 한 회 연재도 만 뷰가 넘습니다.

TOP 100 정도에 들려면 하루 500 뷰 이상은 되어야 한다는 것 같아요.

연재를 올린 첫 날, 최소 500명 이상은 봐야 한다는 거지요.     


작가명; 천하태평2

작품명; 좀비는 아니지만 쉽게 죽을 수는 없지

연재수; 45회

조회수; 542     


제 작품의 결과입니다. 웬만한 작품의 하루 조회수도 안 되는 숫자가 전체 구독자 수입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더 처참합니다.    

 

1회; 87

2회; 32

3회; 15

...

43회; 10

44회; 5

45회; 4     


변명하지 않겠습니다. 제 잘못입니다.

백 번 양보해서, 첫 회에 적게 온 것은 제 무명 탓으로 돌린다 해도

이후 급격히 줄어드는 독자 수는 분명 제 책임입니다.    

 

제 책임인 건 분명한데

어떻게 책임을 져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제일 많이 드는 생각이 ‘창의력 부족’이어서 “소설 포기!”를 선언할까 싶기도 하고,

그래도 웹소설이라는 마당이 매력적이라 생각되므로

‘다시 한 번 시도해보자!’는 다짐을 하기도 합니다.   

  

이제 막 끝난 시점이라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직은 좀 더 해보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문제는 제 능력이지요.

안될 게 뻔 한 일을 할 필요는 없잖습니까?

4, 5명의 독자를 위해서 1,2년을 바쳐야 한다면 좀 허탈하거든요.   

  

“돈도 안 되고 보람도 없는 짓 왜 하느냐?”     


고생, 고민하는 제가 안쓰러워 친구가 하는 말입니다.

글쎄요... 저는 왜 쓰려는 걸까요?     


“통하고 싶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이야기를 다른 사람도 재미있게 보는,

이야기를 통해서 나와 남이 서로 통하는 그런 모습을 원하는 거지요.

가수가 노래를 통해 청중과 소통하듯이...  

   

어떤 선택을 할지 아직 모르겠습니다.

여편이 제주도에 여행을 가자고 하니

10일 정도 마음을 비우고 갔다 오려고 합니다.

그러고 나면 뭔가 답이 나오지 않을까요?     


만약 ‘소설을 쓰지 말자!’라는 결론이 나와도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여전히 소통을 원한다면 뭔가 다른 소통의 방법을 찾겠지요.

굳이 세상과의 소통을 원치 않는다면?     

그렇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적어도 당분간은요.


최소한 이렇게 글을 쓰는 것까지 포기하지는 않을 것 같군요.

여러분에게 말을 건네는 자체가 저에겐 작지 않은 즐거움이거든요.

읽어주시는 분이 4,5명에 불과하더라도 말이죠.   

  

살짝 우울했는데,

답답한 얘기를 꺼내놓으니 시원해졌습니다.

혹시, 읽어주신 여러분을 우울하게 만든 건 아닌지?     

만약 그랬다면 읽은 것 다 잊어주세요!

부디 즐거운 얘기 행복한 마음만 가득한 생활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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