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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하태평 Apr 08. 2021

나의 RM이시여. 당신은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지금 뭐해...?”     


밤중에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밤에 전화를 하는 일이 드문데다, 낮고 침울한 목소리여서 약간 당황했지요.

내가 별일 없이 잘 지낸다고 하자 동생은 나라 걱정을 시작했습니다.     


요약하면 이랬습니다.

시장 선거가 끝났는데, 싫어하는 쪽 사람이 당선됐다.

어쩌다 이런 일이 생겼냐.

이런 시기에 물정 모르고 맘 편하게 있는 게 말이 되느냐.

나는 잠을 못 잘 것 같다...     


“잘못한 거 심판 받은 거야.”     


공감해줘야 했을까요?

그러나 그러지 못하고 심드렁하게 대답해 버렸습니다. 솔직한 마음입니다.     


이 선거, 처음부터 반칙이었습니다.

성추행 사건에 연루된 박원순 시장이 자살해서 치러진 선거였지요.

민주당은 당헌에 비리 연루로 보궐선거를 하면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조항이 있었다고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표 시절 만든 조항인데, 그걸 고쳐서 후보를 냈습니다.

(잘못된 조항이라고 생각되면 고치는 건 당연합니다. 그러나 최소한의 염치라도 있다면 이번만큼은 후보를 내지 말았어야지요.)     


“내로남불.”     


민주당을 대표하는 말입니다. 항상 그런 식입니다. 원칙도 없고 도덕도 없고 염치도 없습니다.     

제가 결정적으로 민주당을 등지게 된 것은 박원순 시장 자살 사건 때문입니다. 그것에 대해서는 제 글 <누가 그 남자를 무너지게 했는가?>에 쓴 적이 있습니다.     


요지는 이겁니다. 

성추행은 명백한 박원순의 잘못이다. 그러나 사람은 누구나 잘못을 한다. 문제는 중요한 공인인 서울시장이 잘못을 했을 때, 그가 속한 조직(민주당과 서울시)가 보여준 대응방식이다. 전혀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   

  

그 이후 저는 민주당과 결별했습니다. 전혀 책임의식이 없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아마 그들은 나라를 팔아먹고도 변명과 떠넘기기로 일관할지도 모르겠습니다.(너무 말이 심했나요? 과장법입니다. 민주당 지지지분들에게 죄송~~)    

 

집단을 운영하는데 있어서 개인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시스템이 더 중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활발한 의견수렴 과정과 치열한 토론, 그리고 합리적인 결론을 만들어내는 시스템...


합리적이란 최고를 뜻하지 않습니다. 최고는 항상 불합리하지요.

그것보다는 최악을 피하는 것, 그것이 (특히)정치가 나아갈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선은 그 틀(시스템) 위에서 개인이 이루어내는 거지요.     


그런 정치를 해낼 사람, 사람들 어디 없을까요?

어딘가 있지 않을까요?

지금 어디 말구유에서 고고성을 울리고 있는 건 아닐까요?     


“나는 RM이 정치를 했으면 좋겠어.”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을 보며 여편에게 말합니다. RM의 리더십이라면 잘 해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일곱 명의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을 통합해내고,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에게 그들의 진로를 설득해서 결과를 만들어냈습니다.

일곱 명의 멤버 전원이 ‘훌륭한 리더’라고 칭찬하는 걸 보면서 부러웠습니다.


그런 리더를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RM이 정치를 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에 이른 거지요.

이제 20대인 그가 10년 걸려 세계 정상의 아티스트가 되었는데,

앞으로 20년이면 세계 정상의 정치가가 되지 말란 법 없지 않나요?     


“잘하고 있는 사람 건드리지 말고 놔둬.”    

 

방탄소년단 팬인 여편이 핀잔을 합니다. 더럽고 추잡한 정치판으로 오염시키지 말라는 거지요. 안철수도 정치하기 전까지는 괜찮은 사람이었다는 말을 덧붙입니다.     


그러나 저는 다르다고 봅니다.

안철수는 홀로, 본인의 능력과 소양으로 컴퓨터 백신이라는 결과를 만들어 냈습니다.

반면 RM은 부단한 조정과 공동의 노력을 통해 훌륭한 성취를 이뤘습니다. RM의 능력 자체가 정치에 특화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서울시장 부산시장 선거는 끝났지만, 이제 또 대통령 선거 국면입니다.

앞으로 1년 시끄럽고 소란스러울 게 뻔합니다.     

문제는 지금과 별로 달라질 게 없을 것 같다는 겁니다.

동생은 또 밤에 전화를 걸어 ‘걱정된다’고 말할 것이고,

저는 ‘잘못한 대가였다’고 하는... 그런 일은 생각하기 싫군요!     


어쨌든!

누군가 새로운 사람이 나와서 예측 가능한,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는 정치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4류라는 정치판을 뒤엎고 새판을 짤 사람이 나타났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일은 없어."


나의 바람에 여편은 단정적으로 말합니다.

그러나 저는 여전히 기대합니다.


‘동쪽으로 가겠다’고 하면 진짜 동쪽으로 가고,

‘난 서쪽으로 갈 거야’ 하면 정말로 서쪽으로 가는,

그리고 같이 가고 싶으면 진심을 다해서 설득하고 노력하는,

그런 정치인들이 있는 정치판을 기대해 봅니다.     


그 날이 언제일까요?

정말 RM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할까요?     

나의 RM이시여,

당신은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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