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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하태평 Apr 20. 2021

똑바로 살아라!

     

식사 시간에는 노래를 듣습니다. DJ는 여편이고, 여편 맘대로 노래를 선택합니다.

요즘은 <팬텀 싱어; 올스타전>이 진행 중이라 이번에 방송된 노래들이 주로 나옵니다.  

   

대체로 다 좋지만, 그중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Un Amore Cosi Grande>입니다. 안세권이 불렀지요. 팬텀싱어 전 시즌을 통틀어도 베스트5에 들 만한 좋은 노래라고 생각합니다.     


“노래를 잘하면 나도 불러보고 싶다...”     


밥을 먹으며 제가 한탄조로 말을 합니다. 정말 불러보고 싶게 멋진 노래니까요.     


“불러봐. 실시간 수업시간만 아니면, 어때?”     


여편이 거드는데, ‘이제 나이를 먹어서 노래가 안 돼.’ 라고 말하려다 말았습니다. 나이든 티를 내면 여편이 싫어할 것 같았거든요. 일부러 매를 벌 필요는 없지요.     


부르지 않아도, 부를 수는 없어도, 듣기만 해도 <Un Amore Cosi Grande>는 멋집니다. 정말 우아하고 섬세하고 격조 있고 Grande합니다.     


식사가 끝나면 뒷정리를 하고 각자 맡은 일을 합니다. 저는 설거지 담당이지요.

노래는 끝났지만, 설거지를 하면서도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릅니다. 그러다 문득 옛날 생각이 났습니다.     


10년도 넘은 옛날에 피아노 반주에 맞춰 노래를 하려고 연습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노래 제목은 <동심초>, 가곡입니다.

피아노를 못 치니 쉽지 않았지만 열심히 연습하고 노래도 불렀습니다.(해보라고 하지 마세요. 다 잊었습니다.)     

그리고 몇 년 후, 또 마음에 발동을 거는 노래를 만났습니다. Adele의 <Someone like You>.

인터넷에서 악보를 다운받아 피아노 앞에 앉았습니다. 그리고는 바로 포기했지요.     


그리고 오늘, 다시 마음을 흔드는 노래를 듣습니다. 잔잔한 호수에 파문이 일 듯 마음이 일렁이지만 더 이상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마음은 있으나, 그 마음대로 몸이 따라주지 않습니다...    

  

젊을 때는 마음을 따라 바로 몸이 움직입니다. 심지어는 몸이 마음보다 먼저 반응하기도 합니다. 잘하고 못하고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는 게 중요하지요.     


나이가 든다는 것은 몸과 마음의 거리가 멀어진다는 뜻입니다. 좋게 말하면 자유로워지는 거지만 그걸 자유라고 느끼려면 육체에 대한, 물질에 대한, 세상에 대한 집착을 놓아야 합니다. 마음이 몸을 통제하지 않는 상태니까요.     


“젊을 때 잘 해. 나이 들면 하고 싶어도 못해.”     


딸에게 말합니다. 앞의 이야기를 하고난 결론이지요. 딸은 저의 과거를 익히 알고 있으니, 그 변화도 확실히 납득이 갈 거라고 추측하지만, 글쎄요. 말은 이해해도 실감은 못할 거라고 봅니다.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지요.     


나의 넋두리가 딸에 대한 잔소리로 끝을 맺자 마침 나타난 여편이 마무리로 한마디 거듭니다.    

 

“똑바로 살아라, 그 말이야.”     


내 말이 그 말입니다. 우리는 각자의 시간을 최선을 다해 똑바로 살아야 합니다.

부디 여러분 모두 Grande한 삶을 살아가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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