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가 사춘기에 들어서면 지켜보는 부모도 나름 예민해집니다. 기분이 조금이라도 저조하다 싶으면 무슨 일이 있나 싶어 눈치를 보지요. 그런 경우 아이에게 친한 친구가 있거나 따르는 선생님이 있으면 안심이 됩니다. 엄마 아빠가 위로가 될 순 없어도, 친구나 선생님은 위로를 줄 수 있을 테니까요.
서태지가 은퇴 후 한동안 활동을 하지 않다가 ‘소격동’이라는 노래로 컴백을 했었지요. 그리고 바로 ‘크리스말로윈’이라는 노래를 발표했습니다.
옛날 서태지 냄새가 물씬 나는 ‘크리스말로윈’을 듣고 제 여편은 하루 종일 흥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여편의 흥분한 목소리를 들으면서 (근무시간에 들뜬 목소리로 저한테 전화를 했었거든요), 저는 서태지에게 감사했습니다. 이제 나이 들어 세상 모든 일이 시큰둥해질 나이의 아줌마를 다른 누가 저렇게 흥분하게 만들 수 있을까요? 남편인 제가 절대로 못할 일을 서태지는 해낸 거지요.
아이가 힘들 때 아이가 버틸 수 있도록 힘을 주는 무엇이 있기를 바랍니다. 그게 엄마 아빠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확률이 더 많다는 것을 압니다. 서태지가 딸아이의 엄마에게 잠시나마 힘이 된 것처럼, 그 무언가가 딸아이의 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만약 모든 게 다 무너지는 절망 속에 있어도, 환상 속의 그대가 있어 지켜주었으면 좋겠습니다. ***
사랑하는 딸!
요즘 네가 약간 침체기인 것 같은데, 아빠가 잘못 본건가? 겉으로 크게 다른 건 없지만 뭔가 신나지 않는 건 분명해. 혹시 사춘기가 오는 거 아냐? 그 말 많은 사춘기...
사춘기는 소나기 같은 것이어서, 나름대로 피하는 방법을 마련하는 게 좋아. 잠시만 피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냥 다 맞아버리면 온 몸이 흠뻑 젖어버리거든.
필요하면 아빠가 우산이 되어줄게. 알지? 아빠는 네가 부르면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달려간다는 거!
사람이 살다 보면 기복이 있기 마련이야. 오르락내리락, 좋을 때 나쁠 때가 번갈아 오는 거지.
공부를 하는 중에도 잘 될 때가 있고 하기 싫을 때 졸릴 때가 있잖아. 그럴 때 대처하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야 돼.
잘되면 하고, 싫으면 안 하고, 졸리면 자고 그러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어. 그때그때의 상황에 상관없이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해. 자기관리가 필요하단 얘기지.
아빠가 늘 하는 말 있잖아. ‘좋을 때 잘하는 건 개도 한다!’ 아무리 흉악한 살인자도 좋은 마음을 먹을 때가 있고, 그때는 좋은 사람이 되지. 문제는 힘들 때, 내가 기분이 나쁠 때 잘할 수 있도록 자신을 컨트롤할 수 있느냐 하는 거야. 그리고 그 능력은 부단한 노력을 통해서만 길러질 수 있어. 그게 짐승과 다른 인간의 독특한 장점이지. 의지를 가지고 노력할 수 있다는 것!
의지라는 건 어떤 뜻일까? 사전에는 ‘어떤 일을 이루고자 하는 마음’이라고 설명이 되어 있네?
별을 사랑하는 소년이 있었어. 그 소년은 별에게 가까이 가기 위해서 높은 산에 올라갔지.
그래도 별은 멀리 있었고, 소년은 더 높은 산을 찾아갔어. 그렇게 세상에서 제일 높은 산 꼭대기에 올라갔지만 여전히 별은 저 멀리 떠 있는 거야. 이제 더 이상 올라갈 곳도 없자 소년은 자기가 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을 생각해냈지. 그리고는 별을 향해서 뛰어올랐어!
소년은 별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지. 그렇게 한참을 날아가는데 문득 생각이 드는 거야.
‘아 참! 난 사람인데, 별한테 날아갈 수가 없잖아.’
그 생각에 소년은 사랑하는 별에게 가겠다는 의지를 포기했고, 그러자마자 소년은 떨어져 죽고 말았지. 그 생각이 들었을 때 소년이 계속 별에게 가겠다는 의지를 선택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당연히! 소년은 별과의 사랑을 이루었을 거야.
사람들이 기적이라고 말하는 많은 것들이 사실은 초지일관, 의지를 선택한 결과라는 거지.
“하면 된다!” 세상에 이것보다 명확하게 의지와 노력을 설명하는 말은 없을 거야.
‘안 되는 것도 있는데.’라는 생각을 맞다고 하면 그만큼 안 되는 거고, ‘안될지도 몰라.’라는 생각을 선택하면 그만큼 안되고 있는 거야.
초지일관(初志一貫)... 처음 먹은 마음을 가지고 잡생각을 버리면 우리는 어떤 일이라도 이룰 수가 있어. 중요한 것은 의지를 가지고 행동을 하는 거야.
예수님도 말씀하셨지.
“구하라 그러면 너희에게 주실 것이요, 찾으라 그러면 찾을 것이요,
문을 두드리라 그러면 너희에게 열릴 것이니...” (성경 마태복음 7장 7절)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하는 딸!
아빠는 네가 평탄하고 유복한 인생을 살기 바란다. 하지만 어떤 식이던 괴로움은 있게 마련이고, 그 고난과 괴로움이야말로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요소인지도 몰라. 괴로움을 통해서 우리는 한번 더 자신을 돌아볼 수 있고,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첫 생각을 되새기게 되지.
중요한 것은 잘 사느냐 못 사느냐, 성공했느냐 실패했느냐가 아니라 자신의 의지를 잃지 않고 노력하고 있느냐 하는 거란 얘기야.
아빠는 네가 네 인생의 등불을 켜고, 네 인생의 목적을 분명히 밝히고, 그 목적을 행하는 삶을 살아가는 의지의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그렇게 됐을 때 네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는 모두 네 목적에 맞는, 네 목표에 도달하는 행동이 될 테니까. 그럴 때 아빠도 네가 아무리 괴롭고 어두운 표정을 지어도 마음 든든히 지켜볼 수 있을 거야. 대개 부모란 만에 하나라도 자식이 잘못될까 걱정하는 비관론자인 경우가 많거든.
잠시 딸을 걱정하는 비관론자가 되어본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