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차피 모든 이야기의 결론은, 기-승-전-사랑입니다. 짐승 같은 원초적 사랑에서부터 종교적인 숭고한 사랑까지 차원은 다양하지만 사랑을 빼고 인생을 말할 수는 없습니다.
누구나 언제나 사랑을 얘기하지만, 문제는 그 사랑의 내용이 말하는 사람마다 다 다르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랑을 말할 때는 구체적으로 얘기해야 합니다. ‘어떻게’가 동반되지 않는 사랑고백은 다 거짓말입니다. 그 ‘어떻게’가 상대방에게 전달되고 받아들여질 때 비로소 그 사랑은 성립합니다.
박진영이 만들고 비가 노래한 ‘태양을 피하는 방법’은 제가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입니다.(특히 기타 반주 버전!) 사랑을 태양에 비유해서, 아무리 잊고 싶어도 항상 가슴속에 떠있어서 피할 수가 없다는 젊은 사랑의 고통을 노래합니다.
그 반대편의 고통도 있습니다.
헤어졌는데 잊을 수 없어서 괴로운 게 아니라, 가까이 있고 사랑하고 있는데 만족이 안됩니다. 먹어도 먹어도 또 먹고 싶은 섭식장애 환자처럼, 보고 안고 있어도 또 보고 싶어 집니다. 심리적 발광 상태에 빠지는 거지요.
편지에서 얘기하는 사랑은 모범답안이고 우리의 목표입니다. 하지만 목표에 도달하는 게 우리의 목표는 아닙니다. 현재 내 수준에서 최선을 다해 사랑하는 것, ‘지금 현재의 나’를 정직하게 살아내는 것만이 우리가 할 일입니다.
어려운 일이지만, 그 어려운 걸 우린 또 (가끔은) 해냅니다. 우린 태양의 후예니까요. ***
사랑하는 딸!
어느 자리에서나 돋보이는 사람이 있지. 어떤 경우에도 그 무리의 중심이 되어 상황을 이끌어가는 사람이 있어. 유명하지 않아서 처음에는 주목받지 못했는데도, 차츰 시간이 흐르면서 무게중심이 그 사람에게로 이동해 가지.
정확한 판단력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다른 사람들의 동의를 이끌어내고, 때로는 능청스러운 유머로 시원한 웃음을 터뜨리기도 하는 사람.
쉽게는 리더라고 부르고 아빠는 태양이라고 부르는 사람.
태양 같은 사람은 자생력이 있고 자존심이 있는 사람이야. 달이 아무리 아름답다고 해도 태양빛을 받아서 빛날 뿐이지. 지구가 아무리 살기 좋다고 해도 태양의 주위를 맴도는 주변인일 뿐이야. 태양이 없으면 달도 없고 지구도 없지.
스스로의 에너지로 발광하면서 온 세상을 뜨겁게 달구는 사람, 때로는 태풍을 일으키고 때로는 폭설을 쏟아부어 사람들을 경악시키는 사람. 그러나 그 모든 것을 자신의 힘으로, 자신의 뜻으로 이루어내는 사람...
너도 부디 그렇게 스스로 발광(發光)하는 태양이 되기를...!
물론 세상의 모든 사람이 태양일 수는 없어. 하나의 비유일 뿐이지. 요지는 스스로 빛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거야.
태양이 아니라도 빛나는 건 많잖아? 네 책상의 스탠드도 있고, 가로등도 있고, 등댓불도 있고, 촛불도 있고, 모닥불도 있고, 응급실의 플래시도 있고... 그 상황에서 꼭 필요한 중심이 되라는 얘기지.
타고난 성향이 우선 작용하겠지. 그다음에는 의지와 노력이야.
적극적으로 사랑을 가지고 노력해야 중심이 될 수 있어. 가지려는 욕심으로 노력하는 게 아니라 베풀어 주려는 사랑으로 노력하는 거야. 태양이 욕심으로, 누가 시켜서 빛나는 건 아니잖아?
결론은 사랑하는 사람이 되라는 거야. 사랑이란 주는 거야. 사랑을 하면 주고 싶어 져.
음식을 잘하는 사람은 사랑이 많은 사람이야. 열심히 잔뜩 만들어서 먹으라고 주잖아. 노래를 잘하는 사람은 사랑이 많은 사람이야. 사람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 멋진 노래를 불러 주잖아. 사업을 하는 사람은 사랑이 많은 사람이야. 여러 사람에게 일자리를 주어서 먹고살게 해 주잖아. 이야기를 잘하는 사람은 사랑이 많은 사람이야. 재미있는 이야기보따리를 풀어서 사람들을 기쁘게 해 주잖아.
자기가 가진 재주로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사람들은 모두 사랑이 많은 사람들이야.
‘사랑은 오래 참고 온유하며 시기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무례히 행하지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며...’ 등이 나오는 고린도 전서 13장의 유명한 성경 구절은 이렇게 끝나지.
‘...그런즉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사랑이 제일 좋다는 말이 아니라, 사랑이 제일 중요하고 어렵다는 말이야.(이건 전적으로 아빠의 해석! 고모한테 얘기하지 말 것!!) 믿음은 내가 하는 것이고 소망도 내가 하는 거지만, 사랑은 상대가 있어야 할 수 있는 거라서 어려운 거야. 사랑은 주는 것이고, 준다는 것은 분명한 증거가 있어야 되잖아.
믿음은 ‘믿는다’ 하면 되고 소망은 ‘소망한다’ 하면 그런 것 같지만, 사랑은 실제로 준 게 있어야 증명이 되는 거거든.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하는 딸!
너는 어떤 재주로 사람들에게 사랑을 주게 될까? 세상에서 네가 처음 들은 코멘트가 ‘액티브하다’는 말이니까 뭔가 적극적으로 주면서 살기는 할 것 같은데, 그게 과연 뭘지 아빠는 궁금해.
무엇을 주게 되던지, 누구에게 주게 되던지, 부디 네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 주는 사람이 되길! 달처럼 받는 사람이 아니라 태양처럼 주는 사람이 되길!! 수만 사람이 아니라 수백 사람 수십 사람, 또는 단 한 명을 사랑하더라도 부디 태양처럼 사랑하는 사람이 되기를...!!!
장마...
비가 많이 내리는 밤이야. 하늘과 땅의 격렬한 사랑이 아빠 마음을 적시는구나.
하늘은 뜨거운 사랑으로 비를 내려주고, 땅은 넉넉한 사랑으로 비를 받아주고...
주는 사랑도 아름답지만 받아주는 사랑은 더 아름답지. 아무리 태양이 열심히 준다고 해도 받아주는 내가 없으면 무슨 소용이야?
아빠의 태양 같은 사랑을 받아주는 우리 딸... 고맙고 사랑한다. 좋은 꿈 꿔!
한때 태양처럼 빛나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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