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27

by 나무느을보

20.


연관 짓는다. 구푸린 사람들이 몰려있다. 바람에 눕는다. 그리고 사람들이라 여겼던 것들은 억새요 죽어가는 풀들이다. 그것들은 하나같이 강바람에 눕고 쓰러진다. 하지만 아무도 살펴 알지 않는다. 사람들은 이제 홀로된 새처럼 발을 구르다 솟구친다. 와류가 치는 곳에는 얼음이 얼지 않고 눈은 길섶에 쌓이다 녹기를 반복한 끝에 단단한 얼음으로 태어났다. 얼음은 쉽게 뭉개지지 않는다. 망가지지 않는다. 그저 누군가를 흠집과 함께 엎어뜨릴 따름이다.


연관 짓지 않는다. 사람들의 얼굴들 웃고 우는 표정들. 차갑게 서린 얼굴과 사랑에 빠진 얼굴 그 사이에 간극에 나를 어디에도 포함시키지 않는다. 나는 어떤 얼굴로 구기는지 알지 못한다. 고독한 얼굴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므로 애써 그 평정을 해치지 않는다. 사람들과 더불라 명한 인간(人間)이라는 천명이 그르친다. 넋을 걷는 훗날 천명은 소스라치게 놀라고 자신은 아무런 명도 내린 적 없다 외면할 수도 있다.


21.


바람은 서로 뒤섞여 솟아오른다. 마치 소라게가 나선형의 집을 짓듯이 솟아올라 흩어진다. 그저 흩어진다는 점만이 소라게와 다르다. 바람은 눕는 법을 모르고 그저 들 뿐이다. 커다랗게 날개를 젖혀 올려 떠나갈 뿐이다. 바람의 날개는 수레바퀴처럼 여전히 거꾸로 붙었다. 혹은 외날의 날개로 단풍열매처럼 떨어진다.


사람들이 늪에서 허덕거리며 지껄일 적에 훌쩍 떠나온 유인(幽人)은 자신을 무엇으로 여기고 있을까. 홀로 된 인간. 바람처럼 뜨고 지는 인간. 고로 유인은 고독할 것이다. 외날로 날아올라 흩어져 버리니 그 뿐으로 남을 것이다. 억새처럼 저녁놀처럼 등을 구푸리면 사람 사는 천정대신 낯선 새의 울음을 들을지도 모른다. 새의 날개는 서로 같은 방향을 향하기에 그는 활강할 수 있다. 하늘을 가로 얽을 수 있다. 유인은 자신에게 그와 같은 재주가 없음을 한탄할지 모른다. 언어를 줄 테니 그 팔에 깃이 돋치기를 염원할 수도 있다.


연관 짓는다. 새들은 부둥키는 법이 없다. 기름진 털로 홀로 떨어져 버틸 뿐이다. 혹은 가끔 부닥치는 일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접촉도 없다. 새는 홀로 견디고 언제든지 떠나올 바람을 탈 줄 안다. 연관 짓지 않는다. 그저 먹먹한 가슴을 앓고 가시를 뱉고 그것으로 얼룩을 짓는다. 그것에 이름붙이고 판단한다.


가끔은 새처럼 머리를 순진무구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그 무엇을 자체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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