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29
24.
정갈하게 누운 당신이 보인다. 잠 없이 생각에 뒤척이는 밤 헝클어뜨린 이불. 그리고 피어나는 냉기와 바닥 사이서 비등(沸騰)하듯 보이는 당신. 당신은 내일이면 넋도 얼도 없이 그렇게 하루를 시작할 것이다. 그러나 당신의 가슴은 저항한다. 그 보드라운 아이는 그 이상의 뭔가를 당장에 찾아놓으라고 내지른다. 그러나 머리로서의 당신은 그런 것들이 정말로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 그런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그 의미는 당신의 머리와 가슴 사이로 오르내리다가 목청에 검게 들러붙어 한밤의 잠을 해친다. 한밤의 잠은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당신에게 적적한 악몽의 무대를 마련해 놓았다.
무대는 당신이 두려워 엎어놓은 것들을 직면케 한다. 한껏 감정을 고조시키고 나아가서 그것을 수용하게 만든다. 그 머리와 가슴이 만들어 놓은 목의 이물이 떠나가라 소리 지를 즈음엔 잠을 깨일 수도 있다. 그렇게 아침놀은 피어난다.
25.
어슴푸레한 해가 든다. 여명 이후의 붉게 피는 해는 꼭 한 해의 마지막을 말하는 것 같다. 사람들은 두텁게 차려입은 채로 무겁게 걸음을 걷는다. 피어난 해는 노르스름한 빛을 더하면서 하늘 위로 솟구친다. 크고 느릿한 알바트로스의 비행이다. 약기운이 미처 잠을 불러오기 이전에 움직여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나는 오전 중을 침구와 함께 버려놓을 것이다. 무엇하나 제대로 이룬 것 없는 무탈한 한 해가 간다. 꽃잎사귀 떨어지듯, 시초 떨어놓으며 하늘에 묻듯 하나하나, 하루하루. 그렇게 무던한 걸음이 간다.
나는 어떤 인간으로 살았던가. 묻다가 수치심으로 얼룩져 베갯잇에 얼굴에 파묻었다. 나는 수치심이 많은 인간이다. 죄책감이 심한 인간이다. 나는 천변의 새처럼 무던한 인간이기를 바랐다. 하지만 황도(黃道)를 따라 도는 저 해처럼 떨림 없이 피어올라 행하는 인간이기를 바랐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떨림이 많다. 하늘을 우러를 수 없을 만큼 수치스러워 고개를 떠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 나의 모든 행적은 죄가 된다. 가슴이 벅차올랐던 순간과 차갑게 가라앉은 순간마저 노새에게 가하는 채찍질이 된다.
해는 붉은 기를 다하고 희고도 희게 하늘로 알맹이를 쏘아 올렸다. 아주 느릿한 알맹이는 하루 중 부단히 하늘을 가르며 달려갈 것이다. 다시 붉은 껍데기를 입는 저녁놀에 이르기까지 넋 없는 달팽이처럼 부단히 달릴 것이다. 은근한 사면에 구르는 것처럼. 이끌려 나아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