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님

2026/01/08

by 나무느을보

42.


겁 많은 샌님이 걷는다. 아무도 없이 홀로 돼지처럼 바닥을 보고 걷는다. 그러다가 긴 목을 죽 빼고는 하늘에 대고 묻는다. 정말 이대로 오늘만 같을 것인지. 샌님은 하루를 허투루 쓴다. 아침이면 무엇인가 쓰고 쓰지 않는 날에는 죽은 듯이 방안에 있다. 그리곤 사람들의 질문에 거짓부렁을 늘여놓는다. 그렇지 않는다면 비난할 것 같았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솔직하게 고백한다면 그들은 눈살을 찌푸릴 것이다. 때문에 샌님의 하루는 거짓말에 능하다.


간밤에는 거친 청년들의 이야기를 엿듣곤 겁을 집어먹었다. 한 사람은 형무소 복역을 마치고 온 사람이었고 막일을 했다. 다른 한 사람은 가정을 일군 사람으로 경찰을 꿈꾸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은 자살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들은 입이 거칠었지만 저마다의 위치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이들 같았다. 문득 앉아있다 부끄러워진 샌님은 귀를 기울이다 고개를 파묻고는 열심히 무엇인가 하는 체를 했다. 그는 오늘도 거짓말을 했다.


샌님은 막다른 곳에 다다라 본 적이 없다. 샌님은 한번 정신증이 도져서 기억을 잃었다. 기억이 뒤죽박죽되어서 기억하고 있는 것과 머릿속에서 떠올린 상상을 섞어 놓았다. 기억 속에 샌님은 하루가 주어지지 않은 것처럼 굴었다. 험악한 이들에게 삼킨 겁을 나눠주었다. 나중에 그 정체를 알고선 그들은 샌님의 손가락을 하나 잘라 겁을 주려고 했지만 기억이 전혀 없다는 것을 알고선 내버려놓았다. 소라게를 잡으려 집을 부수는 인간은 드물다. 샌님은 이렇듯 정신이 박약하다.


겁쟁이 샌님은 걷는다. 무엇인가 사람들을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세상엔 두려울 것들 천지라고 생각한다. 동시에 샌님은 왜 자신이 같은 곳을 맴맴 돌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샌님의 세상은 가시처럼 따끔거리고도 쓰라리다. 고로 같은 곳에 몸을 비벼 연한 가시가 있는 곳을 발굴하는 방법밖엔 없다. 샌님은 바라는 것이 적고, 어쩌면 감추는 것일 수 있다. 덕분에 샌님의 하루는 멀끔한 해가 뜨고도 밝지 못하다. 샌님은 강가에 다다라서 많은 물오리들을 보고서야 겨우 웃는다.


샌님이 자리에 누우면 그곳엔 구렁이 지고 물이 차올라 늪이 된다. 생각이란 것들이 휘몰아쳐서 작은 흙탕을 일으키면 샌님은 잔질머리 떨듯 한다. 늪은 샌님이 완전히 잠으로 익사하기까지 흐르고, 꿈으로 떠오른다. 그렇게 샌님의 하루는 허투루 졌다. 샌님은 보다 더 나은 자신이길 꿈꾸지만, 그는 불안정하고 겁이 많다. 그의 머리를 반으로 갈라 열면 겁 많은 악마가 나올 수도 있다. 해가 뜨면 샌님은 다시 걸음을 걸을 것이다.

이전 22화불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