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것들을 빨아내고, 더딘 것들을 뱉어내다.
입가에 작은 불들을 붙인 이들이 멍하니 벽면을 바라보고 섰다. 밤은 흰 연기를 잿빛으로 길들여놓는다. 달조차 뜨지 않은 밤이다. 너털웃음 짓는 사람들과 복잡한 표정으로 잔을 들이키는 사람들이 섞여 있다. 좁은 땅에 갖은 울분들이 뒤엉켜서 작은 조응을 이룬다. 저 너머로는 싸움이 벌어진 것 같다. 노랫소리가 뒤엉켜서 단속적인 소음이 되어 사라지자 그는 웅얼거렸다. “…이토록이나 찬란한 밤이다.” 그의 시야에서 번화가는 잠을 잊은 별처럼 반짝거린다. 더는 별을 볼 수 없을지언정 그것은 아름답게 점멸한다. 알코올의 잔향과 거칠고 뻑뻑한 연기들이 넘실대며 흘러 갈 적에, 그는 희고 붉은 낯의 사람들이 낮보다 풍부하게 웃고 있음을 발견했다.
어제보다 차갑지 않은 밤의 공기는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살갗을 벌려 서로 포옹하게 만들었다. 낮의 모험을 거쳐 그들은 화려한 밤의 사막에 다다랐다. 사람들이 밤을 어떻게 발음하는지는 모른다. 혹자에게는 한낱 하루의 밤이고 무의미고, 다른 이들에겐 번뜩이는 무엇일 수 있다.
담뱃불로 그을려진 더러운 골목은 잿빛의 구겨진 것들이 언덕을 이룬다. 기름 냄새와 그을음 냄새가 섞여있다. 더러운 삶이 섞여있다. 전날 인파가 간직한 취기가 살덩이처럼 뭉쳐있다. 헝클어진 그것이 말을 건넨다. 새로 깔아놓은 타르 위 연인이 있다. 떠나간 이들은 하나같이 소소한 것들을 소금물처럼 머금다가 뱉어낸다. 타르는 지면을 지하로 강하게 밀어내고 사람들의 발걸음은 그것조차 더럽혀 놓는다.
사람들은 종 희고 깨끗한 것들에 때를 입히고는 버려둔다. 세면대 앞에서 흉을 벗기고, 미처 벗겨지지 못한 것을 자신으로 삼는다. 사람들은 그렇게 자신이 되어간다. 껍데기를 입는다. 껍데기는 취기가 강하다. 낮을 숙취로 더럽혀놓고 밤의 각성을 도모한다. 골목의 벽면에 떨어진 것들은 입술들의 무덤이다. 갓난아이들이 뭐든 입에 가져대고 우물거리다 던져놓는 일처럼 그것은 던져놓은 장난감에 불과하다. 밤은 그렇게 소모되고 달처럼 기울고 찬다. 그렇게 날이 새고 나면 그들은 무표정한 하루를 시작한다. 발그스름한 어제의 얼굴이 고개를 든다.
전신주에 인부들이 모여 있다. 단단한 지대의 땅에 박아놓은 전신주 위로 카메라와 비둘기가 여럿 앉았다. 그들은 지나치게 빠른 것들을 감시한다. 연기와 검은 입술의 허물 같은 것들은 관심이 없다. 참새 같은 아이들의 깡총거림도 관심이 없다. 그것들은 하나같이 느린 것들이다. 새벽 중에 깨는 잠과 비슷하다. 입 안에 고인 침처럼 더디게 흐르고 무심하게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