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잎

찌르듯 떨어져 내리는 외로운 이파리들.

by 나무느을보

짙게 드리운 것들이 하나 둘씩 잘려나가고, 새파란 가시를 닮은 이파리들이 떨어져 내린다. 작은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앞에서 높다랗게 울타리 밖으로 고개를 치미는 것들이 있다. 깃대처럼 깊숙하게 뿌리를 박고서 볕을 향해서 얼굴을 든다. 우듬지는 파르스름한 하늘을 찌르고 구름을 건다. 인부들은 부단하게 팔을 놀리면서 잔가지를 자리고 통행을 막았다.


그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파묻고는 바닥을 보며 걸었다. 길섶은 타르의 빛을 섞은 잔설들이 쌓여있고 오로지 강 가운데의 얼음만이 희다. 바닥의 줄금이 간 부분을 피해 걷는 아이 두엇과 폐지를 싣고 자전거를 끄르는 노인이 하나. 떨어지는 희푸른 솔잎들은 나부끼는 일 없이 곧장 바닥에 이끌리듯 떨어져 내리고, 바닥의 금이 사라질 무렵에서 그는 멍하니 떨어지는 바늘들을 올려다본다.


푸름을 깁는 바늘들은 하늘거리며 떨어지고, 빗질에 쓸려 구김 없이 자루에 담기었다. 그는 왜인지 먹먹한 가슴을 안고서, 무희의 방울소리를 떠올리곤 걷는다. 초혼(招魂)을 하듯 짙게 울리는 놋쇠방울과 발걸음마다 부서지는 소리를 들은 듯하다. 조금 걸음을 걷다가 눌어붙은 미끄러운 구간을 건넌 그는 사람에 대해 생각하다가 그의 내부에서 바늘을 닮은 뾰족한 맘을 발견할 수도 있다.


가을걷이를 하고 살풍경해진 들판에 다다른 그는 봄의 파종에 대해서 생각하다, 그것들이 흙의 살갗을 찢고서 싹을 틔운다는 것을 알았다. 자신의 가슴에 티끌이 스밀 수 있는 보드라움이 있었으면. 회벽처럼 굳은 그의 불모지에 틈입할 보드라운 구간이 있었으면 하고 생각하던 그는 자신의 어린 날 가슴에서 떠나지 않았던 울음이 비로소 떠나갔음을 알았다. 파란 솔잎의 내음이 깊게 아로새긴 길목은 울타리 내부로 다듬어진 나무들을 제외하곤 모두 떠나고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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