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없이 무거운 무엇.
머리가 무거운 것은 지난날의 잘못이 지난했기 때문이다. 울컥울컥 화를 못이기는 것은 겁을 삼켜왔기 때문이다. 머리가 무거워 책상머리를 찧고서도 버티고 앉은 인간의 심리는 당장에 얻지 못하더라도 반드시 이겨내야 할 무엇이 있는 까닭일 수 있다. 그의 정수리는 합쳐지기 직전의 은하처럼 둘로 갈라져 있다. 그는 종종 자신이 둘이 아닌가에 대해서 생각한다. 왼쪽의 얼굴과 오른쪽의 얼굴이 서로 어긋나서 서로 타인처럼 여겨지는 것이다. 때문에 그는 변검(變臉)을 하듯 자신의 말소리가 내부서 어그러지는 일을 당연시 여긴다. 그 내부의 대화가 그를 소진시키고 이윽고 머리를 무겁게 만든다는 것도 분명 그는 알고 있다.
이 두 가지의 음성이 그를 혼란시키면 그는 못내 서글퍼지거나 겁에 질린다. 그 물때 같은 얼룩들은 그를 검붉은 화의 늪으로 이끌고 나면 그는 다른 사람이 되어버릴까 두렵다. 고로 그는 목소리를 두려워한다. 납처럼 무거워진 머리통을 베개 위로 이기면 그는 깊숙한 잠에 빠지고 낯선 꿈결 속에서 그는 늘 길을 헤매는 듯하다.
검고 날카로운 이파리에 눈을 베고 그는 울음을 머금는다. 선뜩한 감각이 동공을 스치고도 눈은 멀지 않는다. 빠르게 검은 갈대밭을 지나면 밤 또한 지날 것이라 믿으며. 그는 그의 가장 연약한 살을 날카롭고 빠른 띠풀에 내어놓았다. 붉은 것들이 움츠리면 그는 비로소 깊은 잠에서 깨어날지도 모른다.
깊은 것들은 하릴없이 깊어져만 가고, 그곳에서 그는 남아도는 따가운 것들을 하나 둘 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