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과 같이 피어나서 겨울과 같이 떠나는 서글픈 사랑.
차가운 봄이 깃든 그곳에 내려앉은 우리들은 마른 꽃처럼 웃습니다. 무엇인가 가슴팍 깊숙이 묻어놓은 무엇인가가 발아하듯 꾸물거리는 느낌을 비추며, 우리들은 살을 파먹습니다. 울음이 모여 못이 되고 그 안의 개흙들에 익사하지 않는 벌레들이 살더라도 우리는 피어나라는 소명 앞에서 움츠리며 봄을 기다립니다.
나의 어머니는 작게 생동하는 숨을 가진 이들의 근처에 알을 파놓았고 저는 식어가는 온기 속에서 싹을 틔웠습니다. 우리는 모든 역겨움과 죽음 앞에서 거꾸로 솟는 존재들입니다. 누군가의 마지막 껍데기를 먹는 사람들입니다. 모든 어머니들의 품속의 아이들을 그리 보았더라면 저는 분명 비뚤어진 시선을 가진 것이겠죠. 그 시선 속에서 저는 위탁된 품 대신 어머니의 품을 그리워했을지 모릅니다. 저의 어머니는 많은 자식들을 남의 죽어가는 품에 놓고 떠나셨으니 까요. 하지만 원망은 없습니다. 저의 어머니가 그러했듯이 저 또한 그러할 운명일지 모릅니다. 한낱 손바닥에 짓이겨지지 않는다면 저는 분명 같은 수순을 겪을 것입니다.
작게 움츠린 나의 형제들은 추위에 떨면서 봄을 기다립니다. 저희가 날개를 틔우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온기가 가시고 나면 저흰 조금은 딱정벌레의 견갑을 닮은 것들을 틔우고서 차갑고 날선 것들을 지켜낼 수 있을지 모릅니다. 빈약하고 유연한 날개가 트기까지 잠을 자고 꿈틀거리기를 반복하면, 어디론가 썩고 유약한 것들을 찾아 헤맬 것입니다.
흰 것들이 모여드는 연못에서 신록을 닮은 싹들이 피어오르면, 우리들도 투명한 날개를 틔우고 다음의 겨울을 찾아 향합니다. 우리의 역겨운 비행은 뜨거운 여름의 볕에서 진동하고, 죽어가는 것들에 더욱 손쉽게 고개를 수그리게 됩니다. 홀씨들은 야트막한 응달에 새발자국처럼 사뿐히 내려앉아 뿌리를 내리지만, 우리의 소명은 그저 날개에 지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날아오르고 알을 까고 영달(榮達)하는 일 없이 그저 강 너머를 건너가는 일과 같습니다. 저희는 철저한 심부름꾼입니다. 득시글거리는 작은 씨앗을 놓고 가는 서글픈 지겟다리입니다. 역겨운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