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피고 지는 낮밤.

by 나무느을보

태만하게 바닥에 머문 시선은 앞을 제대로 살피는 일이 없다. 바닥에 깔린 벽돌의 틈은 개미조차 들 수 없을 정도로 좁다. 걸음은 그림자를 개어놓을 만큼 조금씩이다. 따스한 볕을 가르고 그 작은 두 돛대가 닻을 내리듯이 걷는다. 경쾌한 못질처럼 걷는 사람은 드물다. 대부분의 걸음은 자체가 무겁다. 잘게 얼어붙은 곳에서 무엇인가 떨어져 내렸다. 곧장 수직으로 떨어져 내려서는 나풀거리며 스러졌다. 나는 머리를 떨었다. 동시에 시야가 걷히고는 무엇인가가 사선의 어깃장처럼 물체와 시야 사이를 갈라놓는다. 발등에 떨어진 아침볕은 무척이나 뜨거워 보인다.


그 안에서는 모든 것들이 눈부시다. 고드름처럼 날선 것들은 끝이 보드랍고도 둥글게 녹아내리고 차갑고 굳은 것들은 깨기 직전의 달걀처럼 포근함을 되찾는다. 도란거리는 말소리. 그곳에 닿을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해가 들지 않는 둔덕길 아래서 고양이들은 모습을 숨기며 걷고, 그곳에서 머물던 거무스름한 인간은 홀로 제자리걸음을 걷다가 서서히 늦은 시각의 볕에 서서히 나아갔다. 알껍데기 같이 날선 것들이 떨어져 점멸하던 지점에 다다른 그는 자신의 아침이 남들보다 뒤늦어있음을 알았다. 도란거리는 말소리는 지나고 탁한 시선을 굴린 곳엔 마른 거죽만이 남았다.


사금파리처럼 파르스름한 하늘이 쾌청하게 내리쬐고, 그는 뭔가에 골몰하다가 헝겊 같은 자신이 떠나온 허물들이 허망하게 여겨졌다. 발등의 볕이 곧 온몸을 강처럼 타고 흐르고, 그 온기마저 익숙해 질 즈음엔 그는 그늘로 돌아갈 용기라곤 없어서 해가 지길 한참을 기다리다 둔덕길을 겨우 오르는 것이었다. 해는 깨어나고 잠에 들기를 반복한다. 죽고 살기를 반복한다. 고리 위에 걸린 것처럼 달리고 눈감는다. 따스함을 품었다가도 서늘해지며, 싸늘하게 죽었다가도 살아난다. 그 일과 속에서 조용히 구푸리고 편다.


그는 비로소 걷는다. 주변을 살피는 일 없이 온 것처럼 걷는다. 그늘은 더욱 몸집을 키우고 밤이 되고 닫힌 공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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