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밑

소외된 장소에서 바라본 첨단.

by 나무느을보

밤은 온몸을 뒤척이며 사위(四圍)를 검게 점철시켜 놓았다. 눈을 감았다가 뜨던 그는 무엇인가 석연치 않은 기색이 침대의 발을 어지럽히고 있다는 자각에 주변을 훑었다. 침대 밑에는 부스러기 같은 마른 먼지들이 머리카락과 함께 엉겨있다. 오랫동안 쓸어내지 못했으니 그것들이 모여서 하나의 짐승으로 얽어졌을지도 모른다. 축축하게 흘린 울음을 떠받히던 곳에서, 자잘한 상념들을 버티고 선 그 곳의 저변 아래. 그는 어떤 것이 빚어지고 있다는 자각도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이윽고 얽어져 하나의 동체(胴體)를 이루었고, 그를 잡아먹을 채비를 이루었다. 그는 사뭇 겁에 질렸을지 모른다. 그는 포도넝쿨과도 같이 의지할 울타리를 필요로 했다. 하지만 그가 버팀으로 삼은 것은 지나치게 뿌리가 얕은 장대였다. 침상 위의 넓은 낙원이라 여겼던 그곳은 비좁은 첨단이며, 바늘 끝이었던 것이다. 그것이 서서히 그의 몸을 파고들어 옴짝달싹 못하게 관통시켰을 무렵에 그는 그럼에도 그곳을 낙원이라 여겼다.


태풍이 훑고 지난 곳은 무거운 가축들이 가로등에 걸려있다. 남자는 가축과 같은 꼴이었다. 외상을 입고 마지막을 기다리는 외로운 미망인의 모습이다. 침대 발밑에서 울음을 먹고 자란 검은 쥐는 연신 침상의 매끄러운 발목을 긁어대었다. 미끄러지길 반복하고도 저항하는 짐승은 반목하듯이 위에 있는 무력한 남자를 올려다보곤 그가 기운을 차리길 기다렸다. 사내는 밤을 그렇게 지새우는 듯 했다. 외롭고도 고고하게 캄캄한 밤을 걷어내는 해가 뜨기 전까지 오랫동안 씁쓸한 생각들을 반추하면서 지새울 것 같았다.


그의 서가는 작은 감실로, 사내가 살고 있는 켜켜이 쌓인 방들과 같은 행색이다. 그는 그곳에 한 때 사랑했던 것들을 배가해두었지만 잊힌 지 오래이다. 침대 맡엔 그의 안구 역할을 하는 유리알 안경이 놓여있다. 그것은 무겁게 사내의 코를 짓누르고 밤이 되어서야 비로소 제 눈으로 보는 법을 익힌다. 침대 밑의 먼지로 얽은 짐승은 물끄러미 그가 뒤척이는 꼴을 들여다보았다. 그는 겨우 풋잠에 든 것 같았다. 각종 있지도 않은 시름들을 이마 위에 올려놓았고 그것들은 물길처럼 흘러 짐승이 자리한 곳에 물을 대어놓았다. 그렇게 축축하고도 외로운 습지가 완성되었고, 짐승은 오르지 못한 천정을 떠받히는 기둥을 오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기둥이 무너지지 않는 한 짐승이 그곳에 발을 들일 일이라곤 없을 것이다. 사내가 하루 중의 폭풍에 쓸려간 듯 그 외로운 낙원에 잠을 취하는 와중에 깊은 숨을 몰아쉬면 짐승은 외로워진다. 파먹을 것 없는 소외된 세상에서 그는 그 이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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