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리 반복.
나의 세상은 축소한다. 비좁은 곳에 몸을 우기는 법을 익히고부터 나의 세상은 언제나 좁은 구간들의 순환이었다. 그 고루한 수단이 몸에 배었을 무렵부터 나는 끝에 대해서 생각했고, 그 끝이라는 단전이 마냥 밝을 수 없음을 비로소 알았다. 모든 사물들이 빛을 잃어가는 중이라면 그 과정 중에는 적어도 의미라는 것이 덧대어질 필요가 있었다. 처연히 걸음의 반경이 자잘하게 졸아들고, 문득 부자유와 타협하는 나날들이 늘어났다.
사람들이 깊은 도심으로 몰려가고, 빽빽한 삶을 자처할 적에 그 무엇도 되지 못한 나는 작은 점처럼 오도카니 앉아서 누군가 찾아들기를 기다렸다. 기러기 때라도 오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나 나의 세상은 비좁다. 습지에 박힌 깊은 말뚝처럼 자리를 맴돈다. 몰려가는 것들은 흘겨보는 일도 없이 지난다.
홀로 가는 무소는 강인하다고 했던가. 외로움은 별개의 문제일 것이다. 그 누구도 세상과 외따로 뚝 떨어져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니, 그는 언제나 고독의 문제에 시달린다. 같은 곳을 저도 모르게 맴맴 돌고 있다는 것을 중턱에서 알아차려보아야 별 수 없다. 엇비슷한 감정들이 내 머리를 헤집고서 자잘한 방울들을 매달아 놓았음에, 나는 곧장 다시 그 광야로 이끌려 갈 것이다.
자유롭지 않다는 자각. 자유로워야 한다는 생각. 그 한 방향으로 관통하는 구간에 걸려있다. 그게 내 목을 조를지라도 별 수 없다. 서서히 나는 죽어간다. 낙엽처럼 말라간다. 비온 뒤에 굳은 땅의 위에서 그 일부가 되어간다. 나는 무소가 아니다. 홀연히 떠나가는 사람도 될 수 없다. 결코 숨을 수도 없다. 엇비슷한 장소를 습관처럼 거닐던 일은 내게서 그저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을 볼 수 있기 바랐을 뿐이다. 그러나 그것이야 말로 부자유롭지 않은가.
정갈한 악몽이 내가 바란 일은 아니다. 예측할 수 있는 고통의 예측 불가능한 끝은 언제나 사람의 정신을 무너뜨려왔다. 그것이 지옥의 원리이다. 같은 곳을 도는 고리를 끊어야 한다. 습지에 빠뜨린 발을 움직일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