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의 고요.

by 나무느을보

허파 아래로 득시글한 따개비들이 옹성을 벌이고 있다. 숨은 따갑고, 깊숙한 곳에서부터 찌른다. 숨은 거칠어지고, 검붉은 딱지로 엉기기까지 했다. 들숨에 송곳이 들고 날숨에 나온다. 한밤이다.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숨을 고르고 있다. 무엇인가 끔찍한 기억들이 스쳤다. 분명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밤중에 떠오른 기억들은 홍수에 물길을 바꾸어놓듯 해서 혼란을 가중시킨다. 깊게 팬 곳은 다시금 세차게 흐르고, 여러 번 칼질을 덧대듯이 한다.


가장 개인적인 시간은 심박이다. 심장이 뛰고 피를 온몸에 돌리는 중에 판막이 움직이는데 이는 시계의 태엽소리를 닮았다. 밤은 숨소리마저 불거질 정도로 고요한 시간이다. 적어도 둔덕 위로 세워진 나의 보금자리는 그러하다. 바로 누워 잠을 청하면 숨이 어려워지는 순간이 있다. 때문에 옆으로 돌아누우면 귓바퀴와 목이 만나는 부근으로 콩닥거리는 맥이 느껴지곤 한다. 그것은 결코 쉬는 법이 없다. 때문에 아주 괴이쩍게도 여겨진다. 일생이 끝나기 전까지 심박은 울 것이다. 정갈하지는 않더라도 꾸준히 운다면 나는 어쭙잖게라도 살아있을 수 있다. 생각이 거기에까지 미치자 나는 맥이 달음치는 그 음성이 끈적하게 여겨져 몸을 다시금 돌아누웠다.


내 심장과 호흡의 문제는 분명 정신적인 것이다. 아이들은 어머니의 품에서 심박을 느끼며 잠에 들기도 하지 않는가. 구태여 불쾌하게 여겨질 까닭이 없다. 신경에 그것을 올리지만 않으면 된다. 실은 모두가 그리 살아있다. 숨이 송곳처럼 날카롭게 찌르듯 느껴지는 일도 분명 가슴이 하는 일들을 머리로 올려서 그렇다.


밤은 낮과는 대조적으로 더디게 흐르고, 정밀하게 주변을 휘감는다. 사물들이 옅게 진동하는 듯하다. 낮 중에는 아주 사소하게 흘려버릴 것들에 의해 손쉽게 압도되고, 자제력을 잃는다. 밤 아래로 묵혀둔 일들이 슬며시 살아나서 뚜껑을 열어젖히면 악몽의 연속이다. 눌러둔 것이 많을수록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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