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새

강인하게 날아오르는 가벼운 존재.

by 나무느을보

흰 빛이 도는 것들이 모였다. 우물가에 모여서 둥글게 춤을 추고 있다. 작은 새들은 길섶에 자잘한 낙엽이 깔린 곳을 연거푸 쫀다. 그 안에 무엇인가 영양이 될 만한 것들이 있는 모양이다. 우물은 진즉에 막혔다. 오래전에 가물었고 누군가 다치거나 하지 않도록 편평하게 다져놓았다. 흰빛이 도는 새들은 상록수에서 잠을 자고 있다. 이 땅에서 황새가 사라진 이후로 아이들이 어떻게 태어나는지 궁금했던 아이는 황새를 상상 속에 밀어놓았다. 아이가 조금 자랐을 적에 결코 유쾌한 과정이 아니겠다는 것을 알았을지 모른다.


흰 새들은 이제 마른 우물가에서 떠나와 물가로 앉았다. 승무를 펼치듯 유려하다. 그곳에서 은빛의 물고기들을 기다리고 잡는다. 겨울은 큰 물고기들이 오가는 일 없다. 때문에 그들은 사다새처럼 잡은 송사리들을 단번에 삼킨다. 부리에 걸린 물고기들은 미약하게 저항하지만 잠깐의 발악에 지나지 않는다. 얼음길에 미끄러지듯이 목청을 타고 흐른다.


깃대처럼 얇은 다리를 얌전하게 수면 아래로 드리우면 그것들은 꼭 나뭇가지 같다. 사람들은 미처 놓치는 구간들을 새들은 쉽게 포착해낸다. 물 아래로 드리운 풀죽 같은 것들 사이로 민활하게 움직이는 것들을 안다. 물결을 거스르거나 그 아래로 기어 다니는 것을 살필 줄 안다. 새들의 시야는 고로 사람들의 시야와는 다르다.


낮 중의 흰 새들은 찬란하게 빛나는 듯하다. 그들은 구름보다도 희게 햇살을 머금었다. 안온한 볕이 떨어져서 쉽게 선잠에 든다. 시선을 허공에 걸어두고서 그들은 채로 굳은 것처럼 가만히 있다. 동시에 새들은 심장이 강인하다. 비행을 위한 날갯짓은 그들의 가슴을 강하게 단련시켰다. 흰 새들은 두려워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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