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어딘가 매인 구석이 있겠지.
납으로 만든 신발. 그 아래 틈 없이 미끄러져 들어가는 공기방울이 있다. 개미 한 톨 허용할 것 같지 않은 무거운 깔창 아래로 땅을 헤집는 짐승들이 들러붙는다. 해죽거리는 눈 먼 쥐는 삽처럼 펑퍼짐한 손바닥으로 동토(凍土)를 가르고, 눅신한 몸체의 지렁이는 유연하게 미끄러져 흙 사이로 비어져나간다. 군집개미들은 견고하게 땅을 발라 자신들의 집을 짓고 그 안에 무력한 여왕을 꿇어 앉혔다. 납처럼 무거운 발을 지닌 늙어가는 사내는 점점 반경을 잃어가고 있다. 굳어가는 관절과 빠지는 이빨. 누렇게 변색된 손톱과 떡니들. 손끝의 마디가 비스듬하게 돌아가기 시작하고 밤이면 시큰거려 잠을 깨이기도 한다.
사내는 점점 늙수레해지고, 점차 컴컴한 방에 익숙해졌다. 그는 이제 자신의 방바닥에 닻을 내린 것 같다. 어딘가 성치 못한 정박선. 해안가로 떠밀려 마지막 숨을 고르는 수염고래. 온몸이 무디고도 무겁다. 방의 비좁은 벽면과 천정이 내려앉을 것 같으면 사내는 납신을 신고 주변을 어정거린다. 차가운 계절이면 해가 잘 드는 곳, 무더운 여름이면 골바람이 드는 곳. 그 모든 장소는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눈을 감고도 세세한 부분까지 떠오를 정도다.
신코로 글씨를 쓰며 놀던 아이는 자라서 사라지고 없고, 골목 어귀를 지키던 색색의 개들은 자손에 자손을 거듭하여 나고 죽는다. 어떻게 그 많은 개들을 기르고 또 기를 생각을 하는지 사내는 신기할 따름이다. 개들의 시간은 사람들의 배는 빠르다. 목줄매인 개들은 그곳에서 수세대를 나고 늙어죽기를 반복했을 것이고, 개들의 주인은 조물주라도 된 기분으로 그들을 떠나보냈을지 모른다.
햇살이 잘 드는 양달에 다다른 사내는 얌전히 익숙한 의자를 끄르고 그곳에서 한참을 있었다. 양철로 만든 수레들이 산을 넘는 모습을 보며, ‘다들 어디에 매인 구석이 있겠지’ 웅얼웅얼 되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