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이야기

변해가는 것들에 대한 주석.

by 나무느을보

호수를 매워서 지은 운동장이다. 인적은 드물고 흙바닥은 가물은 논처럼 쉽게 갈라진다. 갈라진 흙바닥은 플라타너스의 낙엽처럼 쉽게 바스라 지는 감촉으로 발에 가닿았다. 그 아래로는 단단한 땅의 살갗이 벌어져 있다. 비가와도 결코 물러지는 법이 없다. 오로지 표면에서 웅덩이로 괼 뿐이다. 밤의 운동장은 사방의 전깃불을 차단하기에 별을 보기 좋다. 달조차 기울어 뜨지 않는 밤이 적당하다.


자잘한 풀들이 비어져 나오는 들판을 지나면, 깊숙이 떨어지는 아스팔트길에 다다른다. 바퀴달린 것들을 밀어뜨리면 순식간에 미끄러지는 위험천만한 곳이다. 아직까지도 잔설이 남은 성당의 지붕 아래로는 삐걱거리는 아이들의 목마가 있다. 녹이 슨 관절부를 소독해도 그 쇳소리는 나아지는 법이 없었다. 밤은 사람들을 불빛 앞으로 바로 모으고 사람들은 도란거리며 그 자리에 둘러앉는다. 옛 이야기들이 제비뽑는 십자매처럼 오가고, 사람들은 시절을 돌이킨다.


골목골목 허물어진 벽담이나, 간판 없는 슈퍼를 지나서 새로이 들어선 건물들을 훑고 나면 많은 것들이 헤어지고 연결되길 반복하는지 알 것 같다. 어린 아이들은 순식간에 자라서 어른이 되고, 늙어가는 일을 알아차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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