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

2026.03.26

by 나무느을보

흰 볕이 쏟아집니다. 하룻밤을 겨우 샌 것 같은데, 달력의 글씨는 달포가 지났답니다. 이렇듯 감각이 무딥니다. 그간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 머리를 깎고 승려가 되는 방편에 대해서도 곰곰이 곱씹어보았습니다. 제가 세상에 남아있다면 뭔가를 남길 수 있을지, 혹은 그 의미는 무엇일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저는 세상이 바늘로 찌르듯이 아팠습니다. 사소한 시선과 공기가 주변을 움키는 순간에조차도 저는 겁에 질렸고, 움츠렸습니다. 처음엔 누군가에게 저를 이해시키고 싶었습니다. 제 쓰라린 환부에 대해서, 세상에 남아있는 방식과 광증에 대해서 조금은 설득시키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제 안에는 두 사람이 있습니다. 어머니가 다녀가시고 나면 사흘밤낮으로 고름냄새를 풍기도록 우는 네 살배기가 있고, 그 작은 아이의 반동으로 잔뜩 얼어붙은 웃자란 청년이 그것입니다. 청년은 언제나 사람들에 보답하고자 합니다. 그는 포장재에 지나지 않습니다. 언제나 그의 보답은 어그러집니다. 지나친 배려와 자신에 대한 몰이해로 자신을 파도에 내어맡깁니다. 그는 와해되어 가고, 그의 파편들은 이리저리 흩어져서 아무것도 알아보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그간 격조했던 시간동안 저는 이 두 사람을 보았습니다. 그 두 사람을 떠난 제가 누구인지에 대해서 생각하고 또 그들이 하는 이야기란 무엇인지 최대한 귀를 기울이고자 했습니다. 분명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아이의 언어는 성기고도 조악하며, 청년의 언어는 지나치게 장식적이고 속내를 감추니 말입니다. 이 두 사람 사이서 저는 갈등했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를 원망하고 묵살하고자 했으며, 비난을 퍼부었기에 저는 그 사이에서 고충도 많이 겪었습니다. 이 부산스런 잡음이 다른 인간 속에 버틸 수 없게 만드는 것은 분명했습니다. 바깥의 소음과 내부의 소음. 그 이중고가 겹치는 순간엔 저도 모르게 도주를 택하게 됩니다. 그 도주로란 굉장히 짧고도 막다른 것이라서 다시금 돌아오게 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제는 방향을 결정해야 합니다. 말이 길었습니다. 자잘한 넋두리를 버텨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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