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동하는 지면과 그 안의 연약한 주민들.
진동한다. 무엇인가 울리고 있다. 차가운 놋쇠종이 떨고 있다. 귓바퀴 안쪽에서부터 무엇인가 떨어 들어맞지 않는다. 온 세상이 깨알만큼 수축했다가, 다시금 궁륭(穹隆)의 크기를 되찾는다. 사랑스러운 것들은 다시금 엉기고 이해할 수 없는 생명력으로, 덩굴로 피어나고 나는 다시금 바닥을 바짝 기는 것처럼 굴고 있다. 빗발이 쏟으면서 주변을 희게 휩쓸어놓았다. 땅의 주민들은 흙의 밀도가 차오르는 일에 민감하다. 틈 없는 땅은 그들의 숨통을 틀어막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들은 질식하지 않기 위해 지면의 밖으로 끓어오른다.
살점 같은 땅벌레들은 피어올라 발길질을 기다린다. 그들의 물기어린 빈약한 몸은 쥐꼬리처럼 붉어져 있다. 고로 그는 쉽게 새들의 먹이가 된다. 굳은 발의 짐승들에게 유린당한다. 분명 그 둔감한 벌레들도 알 것이다. 그들을 포용할 만큼 흙 밖의 세상이 유쾌하지 못하다. 있는 힘껏 발악해도 그 움직임은 미약하고도 무디다. 물안개가 기척을 숨길 수 있기를 기다리지만, 빗방울은 언제나 검게 흐려갈 뿐이다.
머리를 떤다. 머리 안쪽에서 뭔가가 겁에 질린 듯 떨고 있다. 균질하지 못하다. 곧 호흡이 엉기고 맥은 뒷걸음친다. 주변의 모든 대화소리가 빗물에 가두어져 무대처럼 울렸다. 꺽꺽거리는 웃음소리. 그 모든 것이 조소하는 듯하다. 목을 수직으로 관통하는 겁을 집어삼키자 순식간에 단전에 이르기까지 그것이 우그러드는 게 느껴졌다. 달아나야한다. 지렁이는 햇살을 머금는 순간 온몸이 타 들어간다. 먹구름은 순식간에 걷힌다. 그 이전에 그는 땅으로 돌아가야 한다.
지독한 멀미 상태에 있다. 진동에 익숙해지고 나면 나는 떠나갈 듯이 두려워진다. 맑게 날이 개고서도 나는 멀미를 떨치지 못할 것이다. 진동에 익숙해진 머리가 다시 적막을 견딜 자신은 없다. 지렁이의 역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