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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원 Aug 12. 2022

나, 길들이기

자기애와 자아 찾기와 길들여짐의 상관관계

인간관계라는 것이 많은 이슈로 떠오르면서 함께 화두가 되는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

나를 사랑해야 남을 사랑할 수 있다는 것.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
어린왕자의 눈 ep5

책 속의 저자는 에피소드의 시작과 함께 질문을 한다.

어린 왕자는 장미도, 여우도 그리고 조종사까지도 모두 다 어린 왕자를 사랑하게 만들었고 그리워하게 만들었다. 어린 왕자는 어떻게 이렇게까지 하나하나와 깊은 교감을 나누며 길들여지는 관계를 만들 수 있었을까?

어린왕자와 장미

결론부터 말하자면 어린 왕자는 자신을 특별히 사랑했다. 그리고 자신을 특별히 사랑한 어린 왕자는 자신의 주변 사람과 상황과 관련된 모든 것들을 자신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대입하며 이야기한다.

어린 왕자는 하나뿐인 존재라고 믿어서 장미를 사랑했지만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에 자신이 가진 세상이 흔들리며 장미에 대한 사랑이 흔들리기도 했고, 여우의 부탁으로 서로를 길들였지만 끝끝내 밀밭에 남아 어린 왕자를 기다리게 되는 건 온전히 여우의 몫으로 남긴 채 떠나버렸다.


그래서 바로 이 부분이 내가 장미와 여우의 입장에만 온전히 대입해, 그들의 감정을 느끼며 '어린 왕자 이 나쁜 놈!'이라고 괜스레 억울함을 토로하며 어린 왕자를 밉다고 말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어린 왕자는 자기 자신을 사랑했다. 단순히 미워하는 게 아니라 조금 더 어린 왕자를 이해해보자면, 어린 왕자의 자기애는 주로 쓰이는 뜻의 에고이즘이나 이기적이라는 그런 맥락과는 조금 다른 것이 사실이다. 물론 오천 송이의 장미에게 달려가 대뜸 길들여짐에 대해 논하며 상처를 준건 사실이지만 적어도 근본적인 자기 사랑은 자존감에 대입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린 왕자는 자존감이 하늘을 찔러 자신감마저 넘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지 모른다.


책에선 어린 왕자의 말에 상처받은 장미들 나름의 대처와 위로 방안도 서술해주고 있지만 그중에서 나에게 가장 눈에 띈 대목은 사실 이것 하나였다.

어린왕자의 눈 ep 5

나를 먼저 길들이지 않으면 결국 어느 누구도 길들일 수 없고, 아무도 길들이지 못한다면 어떠한 관계도 안정적일 수 없다. 


하지만 누군가를 길들이거나 내가 길들여지는 것에 실패했다고 해서 그 삶과 인생이 끝났다거나, 실패했다는 그런 맥락으로 이어져선 안된다.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지만 모든 사람에게 내가 좋은 사람일 수는 없고, 모두에게 내가 완벽할 수는 없다. 우리는 수많은 이야기와 노래 가사들이 서술해주듯,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 다르다는 것을 일상 속에서 인지해야 한다.


살면서 한 번쯤, 나름 잘 지내고 있고 친하다고 생각하던 사람들과 멀어져 본 적이 다들 있을 것이다. 혹은 그 반대로 왜 저럴까 싶게 마음에 안 들던 사람과 되려 친해지는 경험을 했을 수도 있다. 이러한 대상들은 친구들일 수도, 일을 하면서 만난 사람일 수도 있는데, 빈번하다면 빈번하고 아니라면 아닐 만큼 나에게도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 나름대로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본인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사사건건 시비를 걸어오던 사람, 자기가 원하던 것을 내가 먼저 이루자 질투심이라는 핑계를 내세워 헛소문을 퍼트리던 사람, 혹은 그 반대로 일하는 데에 책임감도 실력도 없고 눈앞의 이익만 밝히는 줄 알았으나 자신이 직접 추진해서 하는 일에는 그래도 꽤나 책임감과 실력이 있다고 깨달았던 사람도 있었다.


이런 식의 일들과 사람들은 과거든 현재든 미래든 내 뜻대로 조절이 가능한 부분이 아니기에 먼저 알고 막을 수 없다. 앞으로도 내가 누군가를 오해했듯 누군가도 나를 오해할 수 있고, 싫어할 수 있다는 것을 막연하게나마 새겨야 한다.


하지만 사실 조금은 익숙해진 듯 자연스레 이렇게 글로 적으면서도, 막상 다가오는 상황 앞에선 나도 모르게 순간 잊어버리곤 한다.

자아를 정의하다

여러 가지 상황이 다가오고 사람이 스쳐갈 때, 그러한 상황이 생기고 발생한 이유를 나에게서 찾을 필요는 없다. 자기 자신을 비하하며 이유를 찾고 틀어진 관계를 이어 붙이려 할게 아니라, 그저 스치면 스치는 데로 지나가면 지나가는 데로 두고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러한 자세는 자아라는 개념을 스스로 정립하고 지켜낼 수 있어야 가능하며, 자아를 찾고 온전한 나를 받아들이려는 노력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스스로 길들여짐

우울증, 불안증, 공황장애 등의 다양한 마음의 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그런 만큼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알기 위해 더 많은 관심을 쏟는다. mbti, 애니어그램, 사주, 타로까지 그러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에세이가 베스트셀러의 주를 이루고 인스타툰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며 사람들과 함께 공감하기도 한다. 방송에서도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며 가스 라이팅이라는 단어마저도 자연스럽게 사용하곤 한다.


지나치게 유행을 좇고 자신의 유형이 이렇다 하면 그 안에 자기를 맞추는 것은 자아를 찾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자신을 알기 위해 노력하고, 타인이 나와 왜 혹은 어떻게 다른지 알아가고, 그래서 내가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내가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아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자아의 발견을 위해 노력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자아를 찾는다는 행위는 결국 스스로 길들여진다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스스로 길들여진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그리고 자신이 살아온 삶을 온 마음을 다해 느끼며 함께할 대상으로서 마치 누군가와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하듯 나 자신을 노력하기 위한 대상으로 여긴다는 뜻이다. 이는 분명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길들이는 데에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성숙한 존재로 거듭나고자 노력하면 할수록, 그렇게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자 할수록 어쩌면 더욱더 어린 왕자의 이런 점에 열광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장미와 여우의 입장에서 어린 왕자가 나쁘다고 억울함을 담아 호소했으나, 마음 한편엔 끝끝내 이렇게 스스로를 진정 제대로 알고, 사랑하는 어린 왕자가 부러웠던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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