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짓날, 팥죽 대신 팥붕을!

by 이가령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지입니다.

재래시장을 다니다가

팥죽을 많이들 파시기에

오늘이 동지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팥죽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왠지 절기는 챙기고 싶은 게

사람 마음 아니겠어요?

얼른 붕어빵 포장마차로 달려갑니다.


"팥붕 세 개 주세요!"


원래 저는 '슈붕파'지만,

액운을 쫓기 위해 팥을 먹는 동지라면

팥붕을 마다할 이유는 없으니까요.


그런데 저만 그런 생각을 한 게 아닌지

오늘따라 사람들이 줄을 길게도 섰습니다.

한참을 기다려 팥붕 세 개를 샀는데,

제 뒤로도 네 팀이나 더 기다리고 있지 뭐예요.


열심히 붕어빵을 굽는 사장님은

날이 추워서 그런지,

귀까지 덮는 털모자를 쓰시고

목장갑도 야무지게 끼시고

콧등에 맺힌 땀방울을 닦아가며

열심이십니다.


오늘 사장님이

'에이 추워서 못 해먹겠네!'

하고 출근하지 않으셨다면

저는 팥붕을 먹지 못했을 거고

액운도 쫓지 못했겠지요?


그러다가 26년에 안 좋은 일이라도 생기면

'역시 동지에 팥붕을 못 먹어서 이래!'

라고 생각해 버렸을지도 모릅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출근해 주신

붕어빵 사장님 덕분에

팥붕을 먹으면서 동짓날 긴 밤을 보냅니다.


온 동네의 사랑을 받는 사장님에게

제가 동네 대표는 아니지만

아낌없는 칭찬을 해 드리고 싶은 오늘!

팥죽을 좋아하지 않는 분들이라면

지금이라도 얼른 달려나가서

팥붕 세 개 어떠신가요?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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