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가족이 너무 힘든 당신

by 이가령

민족의 대명절 설…

이지만, 저는 아무데도 안 갑니다.

심지어 가까이 사는

서울의 어머니도 만나러 가지 않아요.


명절에는 도시의 거리도

평소보다 유난히 조용하게 느껴집니다.

마침 날도 적당히 따뜻해서 창문을 열어놓으니,

거리의 고요가 반갑습니다.


꽃기린에게 해를 보여주고

차를 한 잔 우려서 글을 쓰려고 앉습니다.

누군가는 설에 혼자 있는 제 모습을

안타깝게 여길 수도 있겠지만요,

저는 오늘의 홍차 한 잔과 함께

찰랑거리는 평화를 음미하고 있습니다.


가만히 들여다 보면, 오늘

가족을 만나러 가는 사람이라고

모두 마음이 편하고 즐겁기만 하진 않겠지요.

세상에 사연 없는 가족은 없고

가족이라고 무조건 사랑스러운 것은 아니니까요.


그래서 무거운 걸음을 터덜거리며

마지못해, 혹은 함께인데도 왠지 쓸쓸하게,

가족들과 함께하러 가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혹은 만나서 두런두런 얘기하다가

무심한 말에 마음이 쓱 베였는데도

내색할 수 없는 자리라 애써 웃고는

집에 돌아와 나를 지키지 못한 나를 미워하기도 하겠지요.


각자의 어려움과 피로가 있는 명절을 보내면

누가 우리의 어깨를 두드리며

진심으로 칭찬해 주나요?

…듣기 싫은 말이었는데 잘 견뎠네…

…고달팠을 텐데 힘냈구나…

그렇게 자신을 격려하고 인정해주기보다는

서둘러 잊어버리고, 빨리 지워버리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끔은 가족이 너무 힘든 당신,

그래서 명절인 오늘 혼자 있거나

또는 그래도 가족들과 있는 당신을

대신 칭찬해 드리고 싶습니다.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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