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생일날, 친구가 제게
칭찬 스티커판을 줬습니다.
대학교 졸업식도 까마득한 나이인데
웬 칭찬 스티커판이냐고 물으니
너 자신을 많이 칭찬해 주랍니다.
나참, 새삼스럽다….
그렇지만 선물해 준 친구의 성의가 있으니
칭찬 스티커판을 자석으로 냉장고에 붙여 둡니다.
빨리 스티커를 가득 채운 뒤
사진으로 남기고 버리고 싶어서
매일매일 스티커를 붙이기로 했지요.
그런데, 이게 참
칭찬할 거리가 정말 생각이 안 나는 겁니다.
…오늘 설거지 한 거 잘했어?
…일 열심히 했으니 기특해?
억지로 쥐어짜는데,
선물 하나 때문에 무슨 짓인가 싶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밤에는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칭찬할 거리가 하나도 생각이 안 나는 거예요.
스티커판 앞에 한참을 서 있다가
'에라 모르겠다!'하는 심정으로
스티커를 붙이며 말했습니다.
"오늘 하루 훌륭하게 살아남았어.
인류의 종 보존에 기여한 거야.
DNA 캐리어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다!"
사람들은, 인생의 의미나 목표를 자주 얘기하지요.
그런데 자연을 공부하다 보면
기본적으로 모든 생명의 가장 큰 존재 가치는
종 보존입니다.
식물도 온 힘을 다해 자신의 DNA를 남기려 하고요,
동물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봄만 되면 짝을 만나고 싶어 목청껏 노래하는
새들의 앙증맞은 부리를 생각해 보세요.
모든 생명은,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여기며 살아갑니다.
그날에는
사람이라고 뭐 그리 다르겠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밥 잘 챙겨 먹고, 하루를 잘 살아남았고
무려 인간이라는 종의 다양성에 기여한 거지요.
그러니 잘한 거라고 생각하며
약간 들뜬 스티커를 엄지로 꽉꽉 눌렀습니다.
나 자신을 칭찬하고 싶은데
도저히 그럴 거리가 생각나지 않을 때,
다른 칭찬들은 왠지 억지스럽게 느껴질 때.
속으로 조용히 말해 보세요.
'나는 오늘 인간의 DNA 보존에 기여했다.
세상의 모든 인간들아… 고맙게 여겨라!'
픽 웃음이 나면서 기분이 좋아진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