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펜을 잡으며
관심병이다. 얼마 전에 글을 잘쓰는 사람 SNS( 그것도 회사 후배란다.)를 몰래 보고있다는 지인의 말에 피식한 적이 있었는데, 어느 새 나도 알음알음 누군가의 SNS를 엿보다가 이 곳으로 와버렸다. 요즘들어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서도 있지만 더불어 많은 사람의 글을 읽고 싶은 게 솔직한 마음이다. 지난 1년 동안 펜을 잡아본 일이 없을 정도로 쓰는 것도, 읽는 것도 어색해졌지만 그 만큼 글에 대한 목마름이 컸다.
시대에 역행하고 있다고 보는게 맞다. 영상 콘텐츠가 주도하는 시대다. 출퇴근길에 스마트폰으로 예능 하이라이트 보는 게 유일한 취미고,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도 이런 세태를 간파했는지 '비디오 시대'라며 비디오 요금제도 만들어 내는 마당에 '글'을 다시 꺼내 들었다. 누가 킥킥대며 비웃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누군가 읽기를 바란다기보다 자기 만족, 생각의 정리라고 하고싶다. 물론 공개적인 성격을 아예 배제할 순 없겠지만 여기서는 조금은 더 솔직하게 풀어낼 것이다. '좋아요'와 자극적인 영상들로 정작 지인들의 이야기는 볼 수 없어진 SNS에 대한 탈출구의 성격도 크다. 글때문에 언론사를 꿈꿨지만 막상 언론사 취업을 준비하던 때는 학을 떼게 만든게 글이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또 다시 글이 고파졌다.
"너도 다시 글 좀 쓰곤해." 주말이면 집에서 퍼져있는 아들을 보고 한심했는지 어머니가 최근에 던지신 한 마디다. 사실 아들이 기자를 접은 게 못내 가슴에 남으셔서 하신 말씀이란 걸 안다. 죄송하게도 선뜻 다시 하고 싶다는 말은 못하겠고 하고 싶지도 않다. 대신 글은 꾸준히 쓰고 싶다. 일상은 여전히 바쁘고 피곤하겠지만 정리도 필요하다. 최소한 상사나 회사욕도 글에 옮기면 조금은 정제되지 않을까. 까먹지 말고 올려야겠다. 주제도 마음대로 편견도 마음대로. 대신 솔직하면서도 차분하게 담아내는 게 목표다.
첫 글은 마무리 지어야겠다. 불행하게도 내일, 아니 오늘 일요일 출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