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했던 8월의 열대야가 지나고 선선한 바람이 기분을 좋게하는 9월이다. 올해 여름은 참 유난했던 것 같다. 매일 잠도 못이루고 뒤척이다 보면 어느새 출근시간이고 그렇게 피곤함을 안고 주말을 맞이하곤 했다. 체력도 바닥이고 일의 능률까지 떨어졌다. 끝날 거 같지 않았던 여름이 간신히 끝을 맺어가고 있음에도 후유증이 아직도 남아있을 정도니 말다했다. 그래도 이렇게 가을이 성큼 다가온 것을 보면 시간은 역시 흐르기 마련이고 모든 괴로움도 결국에는 끝난다는 게 맞긴 한가보다.
벌써 2016년도 4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정신없이 보낸 것도 있지만 뭔가 스스로 중심을 잡지 못했던 때가 많았던 것 같다. 일적으로 만나는 이가 많아지면서 상대하는 사람들에게도 진심보다는 경계와 의심이 앞섰다. 그러한 잣대가 지인들한테까지 불쑥 나타날 때가 있었고 그럴 때면 더욱 멀리두려고 했다. 스스로도 다치기 싫었고 상대방도 다치는 게 싫었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법도 쉬이 찾지 못했다. 그냥 참고 인고하는 게 답이 아닐까하다가도 늘어나는 스트레스와 뱃살에 '이게 뭔짓인가' 싶기도 하다.
누구나 다 그렇다고 넘기다가도 이게 정상은 아니지 않나라는 고민 속에서 일상은 조금씩 공허해지고 있다. 차를 사라, 독립해라, 연애를 해라 등 주변 사람들의 조언은 언제나 감사하지만 좀 더 근원적인 문제가 아닐까싶다. 스트레스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성격을 건드리는 게 답일지, 누구말대로 얘기를 적극적으로 하는게 답일지 아직은 모르겠다. 분명한 건 '이재성' 이 아이를 여전히 모르겠다는 것이다. 가끔씩 숨겨놓았던 속마음과 좋은 사람인 척하는 겉모습의 괴리가 선택의 순간에 불쑥 튀어나온다. 그럴 때마다 답은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곤 한다. 멍청하게도.
입사 2주년, 이곳의 일상은 삶의 많은 것들을 장악해버렸다. 그러지 않으려 했지만 대부분의 가십거리와 조롱의 대상은 이미 회사에서 찾기 바쁘다. 그 속에서도 누구나 나름의 재미와 보람을 찾고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반대로 스스로가 나약하게 느껴지고 직급과 권위 앞에서 무기력함이 언제나 함께였던 곳이 회사였다. 그런 감정이 쌓이고 쌓여 변해가는 걸,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분명있다. 하지만 똑같이 그러고 싶지 않다. 스스로에 대한 답을 찾고 싶고 긍정적인 변화도 분명 끌어 내고 싶다. 또 엄청난 고민과 망설임의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길고 길었던 열대야가 끝난 것처럼, 언젠가 이 뜨거운 고민을 식혀줄 시원한 가을바람이 도래할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