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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성 Jan 28. 2016

오달수와 유해진

청룡영화제를 보는데 두 배우가 눈에 들어 왔다. 조연상을 수상하고 쭈뼛쭈뼛 소감을 말하는 '천만요정' 오달수와 뿌듯한 표정으로 그를 포옹해주는 '참바다' 유해진. 닮은 듯 닮지 않은 두 사람을 보고있자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굳이 외모가 친근해서는 아니다.


가까운 사람이 아니어도, 생전 안면이 없어도 푸근한 그런 감정이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다. 오달수와 유해진, 두 배우가 그렇다. 그들의 연기는 언제나 영화에 생기를 불어 넣는다. 익숙하면서도 가볍지 않 감정을 담아낸다. 영화 속에선 이렇게 다채로운 연기를 하는 명배우들이지만, 실제로 두 사람은 굉장히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어떻게보면 끼가 돋보인다는 건 이런 사람들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유해진의 인품은 '삼시세끼'를 보면서 사뭇 느껴질 때가 있었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위트있으면서도 센스가 있는 남자다. 삼시세끼가 착한 예능일 수 있었던 이유에는 유해진의 역할이 그 만큼 컸다고 생각한다. 짓궂게 장난만 치던 그도, 맥주 한 잔에 하루를 정리하며 연기나 인생 철학을 얘기할 때는 그 누구보다도 진중해졌다. 그의 이야기는 편안하면서도 진심이 느껴지기에 듣는 이로 하여금 귀기울이게 한달까. 참 생각이 많은 사람, 그래서 그의 연기가 유해진만의 고민과 내공이 담겨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 나가는 사람이다.


요즘 정몽주로 활약하고 있는 김의성씨의 배우 썰. 재밌다.


오달수는 어떤가. 얼마 전 '베테랑' 셀프 인터뷰 영상을 볼 기회가 있었다. 나머지 배우들은 능숙한데 반해 오달수는 여전히 긴장한 눈치다. 유해진에게 삼시세끼를 함께 한다면 같이 하고 싶은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을 오달수가 던졌다. 유해진은 오달수랑 가도 편하게 얘기할 수 있을 거 같다며 대신 삼시세주(酒)가 되지 않겠냐며 웃어 넘겼다. 한없이 착한 형, 오달수가 딱 그 꼴이다. 오달수의 연기도 그만큼 참 참하다. 그의 수줍음 많고 조용한 모습처럼 과장되지 않고 편하게 다가온다. 그렇기에 관객에게나 지인에게나 그는 좋은 사람으로 남아있다. 참 부러운 타이틀이다.


닮고 싶다는 말을 듣는 건 참 값진 일이다. 좋은 사람 오달수.


뜬금없이 연예인 타령이냐고 할 수 있지만 사실 이런 이미지에 대한 약간의 동경이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술도 못하는 청년이 그래도 술 한잔 사달라고 하고 싶을 정도의 감정이랄까. 뭔가 진짜 어른같고 같이 대화를 하다보면 한없이 솔직해질 거 같은 그런 느낌이다. 닮고싶다. (외모는?)


에서는 자신만의 역량을 마음껏 펼치면서도 속은 누구보다 알차기에 많은 사랑을 받는 사람들. 그런 사람이 되고 싶고 옆에 두고도 싶지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먼저 스스로 누군가의 '오달수'고 '유해진'이 돼야 할텐데 내공이 부족할 따름이다. 여전히 달수, 해진 형님 같은 분들에게 징징대고 싶은 겨울, 요즘이다. 서른이란 나이는 아직 풋내나는 어린애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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