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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성 Jan 10. 2016

설렘과 두려움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새로운 환경은 언제나 설렘보단 두려움의 감정이 더 크게 다가오곤 했다. 9년 전, 겨울의 초입에 들어서던 그 날은 자대배치를 받은 날이었다. 자신도 이등병이라며 동기니까 말 편히 놓으라 닦달하던 말년 병장이 떠오른다. 불안했고 신중했기에 결국 속지는 않았지만, 속지 않은 대가로 "씨발놈"이 귀에 꽂혔다. 자대 생활의 첫 이미지는 그렇게 머릿 속에 두려움으로 박혀버렸다.


인턴 첫 날은 어땠던가. 오랜 취업준비생 생활을 청산하고 사회생활이라는 것을 해보겠다며 낯선 사무실에 들어섰다.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그러니 설렐 것도 없었다. "너 그렇게 했다간 인턴 떨어질 확률 80프로다!" 무겁게 입을 뗐던 자기소개가 끝난 뒤, 팀 부장의 일갈이 날아들었다. 직원들의 참지 못한 비웃음도 보였다. '이게 사회생활이구나.' 이후 인턴기간 동안 더욱 입을 굳게 닫아 버렸다.


군대고 회사고 처음이 누구나 안 두렵겠냐만은 참 유별났던 것 같다. 표정이나 행동거지에서 불안함이 드러나기에, 어느 조직에서건 초반에 위태위태한 인상을 주는 단골손님이었다. 시간이 흘러가면, 나름의 답을 찾게 된다는 것을 알지만서도 그 만큼 처음은 언제나 익숙치 않았다. 사실 변화 앞에 기대감으로 들뜬 적도 아직까지는 많지 않았기에 그럴 수 있다. 그래서 더욱 낯선 변화 속에서도 설레는 감정을 마구 뿜어내는 친구들을 보면, 부러움과 동시에 경외감을 느끼곤 한다. 쉽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장면, 장면이 강렬해서일까. 변화들이 훑고 간 자리엔 부정적인 감정들 뿐이지만, 그래도 가슴 따뜻한 기억도 분명 있다. 바로 2015년 팀 사람들이다. 낯도 가리고 어리숙한 신입을, 다그치기보다는 포용하고 보듬어 주셨다는 점이 이전과는 조금 달랐다. 회사 용어로 진짜 Soft landing, 가볍고 설레는 마음으로 회사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행운이 따른 한 해였다.


올해에는 또 그들을 떠나 새로운 환경,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새해에는 변화 앞에서 설레고 기대되는 방향을 찾으려 스스로도 노력해야 하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해 소원으로 큰 거 바라지 않는다. 그저 무탈하게 변화에 적응해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물론 아직은 서툰 서른살 아이를 조금은 품어주실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것이 약간의 작은 바람이긴 하다. 이 정도는 새해 소망으로 해도 들어주시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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