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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리 Jul 27. 2022

선우정아-그러려니

Far away

선우정아 - 그러려니 (Far Away)


"그러려니"는 나에게 무관심의 단어다. 아무런 감정도, 표정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이다. 누군가 옆에서 떠들어도, 그렇구나 맞장구를 치며 웃어도 속으로는 심드렁하다. 그냥 그러려니 한다. 


더 이상 밉지도, 싫지도, 예쁘지도 않은 그런 마음들이며, 아무런 기대도, 외면도 하지 않는 따분한 눈빛 속 적막함이다.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몸과 마음의 체력이 다했다는 변명으로 그 누구도, 그 무엇도, 나 스스로도 안아주지 못했던 순간들이다.


수많은 물음들이 머리 한복판을 가로지를 때 나의 기준을 내려놓는 것, 편협하기 짝이 없는 틀로 타인을 재단하지 않는 것, 각진 모서리로 서로를 찌르지 않는 거. 너무 어렵다.  과연 언젠가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까. '그러려니'가 아닌 묵묵하게 "그럼에도"



선우정아가 2016년도에 발매한 앨범 "그러려니"에서 그는 이렇게 곡을 소개한다


더듬더듬 연주를 하다 한 호흡에 완성된 이 곡은 변해가는 관계들 속 변하지 않는 추억을 노래해요. 어쩌면 더는 만나지 못할 누군가에게, 그러나 당신의 삶이 안녕하기를 빕니다.



만났다 헤어짐을 반복하는 삶이란 걸 알지만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다. 하나의 점에서 같은 시간대에 만나 헤어진 이들이 때로 그립기도 하다. 사람에게 지치고 데여 진절머리가 나지만 요상하게 다시 그리운 마음을 드는 건 왜일까? 아마도 함께 쌓은 추억과 더 이상 되돌아 갈 수 없는 시절 때문이겠지.


선우정아의 쓸쓸한 목소리와 곡의 멜로디는 보풀 난 마음을 달래주는 것 같다. "잘 지내니?" 물어보지만 끝내 전달하지 못한 편지같기도 하며, 나도 잘 지낸다고 말하고 싶지만 멀리서 관망하는 느낌이다. 심지어 영어 제목은 Far away이다. 저 멀리. 아주 저 멀리. 가까이 있다 이제는 아득한 이들의 얼굴과 이름이 스쳐간다.



만나는 사람은 줄어들고 그리운 사람은 늘어간다끊어진 연에 미련은 없더라도 그리운 마음은 막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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