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화는 무죄고, 네 영화는 유죄다?
최근 <겨울왕국2>의 개봉을 두고 스크린 독과점에 대한 논란이 또 한 번 영화계 내에 일었다. 외화 영화의 스크린 점유율을 두고 가타부타하는 것이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번엔 모 단체에서 나서서 기자회견까지 열었다고 하니 꽤나 심기를 건드린 모양이다. 도대체 왜 이 시점에서 무엇이 유독 그들의 분노를 자극했나 싶은 궁금함에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기사를 찬찬히 살펴보다 이번 논란과는 그다지 큰 상관관계가 없는(영화 제작자가 아니니까) 내 기분까지 불쾌해졌다. 기자회견까지 열며 전면에 나선 그들의 분노 대상과 비판의 방향이 분명 잘못되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모 신문사의 기사를 잠시 인용하자면, 기자회견을 주최한 반독과점영대위는 <겨울왕국2>가 21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서 올해 기준으로 두 번째로 높은 상영점유율(63.0%)과 좌석점유율(70%)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함께 자리한 <블랙머니>의 정지영 감독은 “<겨울왕국2>도 좋은 영화지만 다른 영화에 피해를 안 주면서 공정하게 할 수 있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또, 이들은 <겨울왕국2>가 <어벤져스: 엔드게임> 등에 이어 스크린 독과점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올해 스크린 독과점 논란을 빚은 작품은 <어벤져스: 엔드게임>, <겨울왕국2>, <캡틴 마블>, <극한직업> '기생충' 등이 대표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왜 외화가 개봉할 때만 스크린 독과점을 문제 삼느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 "동료 영화인들이 오랜만에 작품을 선보여 돈을 잘 벌고 있는데, 그들을 공격하기는 쉽지 않다."라고 털어놨다.
'내로남불'이라는 표현이 딱 맞을까. <블랙머니>는 스크린 독과점의 피해자라고 운운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블랙머니> 역시 다른 영화들에게 피해를 입힌 장본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블랙머니>의 개봉 하루 뒤 개봉한 <윤희에게>는 당시 박스오피스 1위였던 <블랙머니>와 <신의 한수: 귀수편>, <터미네이터: 다크페이트>, <82년생 김지영> 등 상위권을 다투고 있는 영화들에게 과도하게 많은 스크린과 상영 회차를 몰아준 극장들 때문에 개봉 첫날부터 교차상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윤희에게>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으로 지정되었기에 타 다양성 영화보다 인지도가 높은 편이니 이 정도에서 그친 것이라 생각한다. 기자회견에서 반독과점연대가 필요하다고 밝힌 '영비법 개정' 역시 나는 동의할 수 없다. 이들이 필요하다 말한 개정안은 6편 이상의 영화를 동시에 상영할 수 있는 복합상영관에서 같은 영화를 프라임 시간대인 오후 1시~11시에 총 영화 상영 횟수의 50%를 초과 상영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 개정안이 통과될 시 언뜻 보기엔 대형 자본이 투입되어 만들어진 블록버스터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처럼 포장될 수 있다. 한 영화로 줄 세우는 일은 분명 사라질 테니 그렇게 보일 것이다. 하지만 이는 해결책이 아니다. 독과점은 사라지지만 과점이 형성될 것이다. 상업영화들이 최고치의 수익을 내기 위해 장기 상영을 하려 들면 스크린과 상영회차를 과점하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시장에서 소자본의 영화가 설 자리가 어디 있겠는가, 당신이 극장의 점주라면 <블랙머니>와 같은 상업영화를 뒤로 하고 <윤희에게>를 선택할 것인가? 그의 주장대로 스크린 독과점을 문제 삼고 제도적으로 이 꼬임을 풀기 위해서 기자회견을 열었다면, 조금 더 넓게 시장을 보고 다양성 영화들이 직면한 상영 문제에 대해 파악했어야 했다. 지금처럼 '내가 피해 봤으니 참을 수 없어서 나선다'는 태도는 그저 더 큰 영화에 뺨 맞고 분풀이하는 일종의 쇼에 불과하다.
당신이 분노하는 대상이 누구인지, 비판의 방향은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제대로 곱씹어보길 바란다는 말이다.
만약 내가 <윤희에게>의 감독이고 "<블랙머니>의 상영이 스크린의 3분의 1을 넘지 않게 해 달라. 모범이 돼 준다면 한국영화계가 박수치고 정책 당국이 깨달을 것이다."라는 문자를 당신에게 보낸다면 뭐라고 답했겠는가? 과연 봉준호의 답변처럼 곱게 돌아왔을 것이라 확신할 수 있는가? 감독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는지 정말 묻고 싶다. 대한민국의 영화산업 내에서 그 어느 감독도 "당신이 만든 영화는 다른 영화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았습니까? 혹 당신 영화의 배급을 맡은 회사들은 타 영화의 상영을 곤란하게 만들지는 않았는지요"라는 질문에서 결백하다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더 이상 밥그릇 챙기기에 앞서 혼자만 온갖 제도의 피해자인 척 그만하길 바란다.
지금 한국 영화계에 그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다양성 영화와의 '연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