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프 너무 귀여워요... 귀엽고요.....
본 글은 영화를 해설하는 과정에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관람 후 읽으시길 권장드립니다.
디즈니 세계관의 끝은 어디까지일까? 이미 많은 미디어 콘텐츠들이 OSMU 전략을 따르는 시대에서 <Frozen>은 모태요, 말 그대로 시초가 된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기획이나 마케팅 관련 수업에서 여지없이 사례로 많이 택한다.) 2014년 <겨울왕국>의 한국 상륙 이후 길을 걷다 하루에 한 번 혹은 그 이상 꼴로 엘사의 드레스를 입은 아동을 마주할 만큼 <Frozen>의 파급력은 실로 대단했다. 메인 송타이틀인 'Let it go'는 또 어떠한가. 커버 영상이 연일 유튜브에 오르내리고 각종 음원차트 상위권은 물론 작곡/작사를 맡은 로페즈 부부에게 오스카 주제가상까지 거머쥐게 했다. 영화의 열기는 관련 굿즈에서만 끝나지 않고 <Frozen>의 스토리를 기반으로 게임, 뮤지컬, 연극, 단편 만화까지 확장되었다.
전편(only movie)이 1년 동안 거둬들인 수입만 11억 달러인데, 속편 개봉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 역시 당연한 일 아닐까.
이번 편은 전편에서 미처 다 보여주지 못한 이야기들을 조금 더 확장시키고, 각 캐릭터들의 변화를 말한다. 엘사가 자신이 가진 마법의 힘을 통제시키는 법을 배우고 그 과정에서 동생인 안나와 함께 보여주는 자매애가 전편의 주된 스토리라면, 이번 편에서는 과거 선대의 과오로 위기에 빠진 아렌델을 구하기 위해 모험을 떠난 주인공들의 성장에 초점을 맞춘다. 로그라인과 시놉시스만 봤을 때 다소 뻔할 수밖에 없는 전개지만 영화는 진부하지 않게 풀어내려 러닝타임 내내 다양한 볼거리를 자랑하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라곤 찾아보기 힘들었다. 서사가 조금 부족하다는 평도 있지만 속편에서 이 정도면 연출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그동안 디즈니와 픽사를 비롯한 수많은 애니메이션사에서 속편을 통해 이야기를 보여주던 방식은 꽤나 일관되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캐릭터를 등장시키거나, 그 캐릭터가 엄청난 빌런이거나. 하지만 <겨울왕국2>에서는 이런 공식을 따를만한 새로운 캐릭터가 없다. 도마뱀이 조금 귀엽긴 하지만 올라프만큼은 아니며 빌런인 줄 알았던 저 부족들은 그저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소재'에 불과하다.
이번 모험을 통해 캐릭터들이 성장해가는 모습은 음악과 함께 여실히 드러난다. 특히나 각개의 캐릭터들을 따로 분리된 상황을 만들어 솔로곡처럼 연출한 것은 매우 탁월한 선택이었다. 엘사와 안나는 모험 중 떨어지게 되고, 크리스토프 역시 프러포즈 준비에 정신이 팔려 무리에서 벗어난다. 특히나 올라프가 부르는 <When I'm Older>는 "언젠가 시간이 흘러 내가 어른이 되어 지혜로워지면 과거를 돌아본 순간 깨닫게 될 거야" (One day when I’m old and wise, I’ll think back and realize)라는 가사를 이용해 전편보다 올라프가 한층 더 성숙해졌음을 노골적으로 나타낸다.
안나가 엘사만큼이나 진취적인 태도를 취한다는 점도 변화의 한 조각이다. 가족들이 위험해 처할까 두려워 혼자 떠나겠다는 엘사에게 "왜 늘 자기 생각만 하느냐, 나도 나 자신 정도는 지킬 수 있다."라고 답하는 모습은 아직은 준비가 덜 되어 있지만 한 명의 성인으로 인정받고 싶어 조급해하는 한 청소년 같았다. 전편에서 한스와의 짧았던 감정 공유를 사랑이라고 착각했을 때보다 많은 발전이었다. 결국 올라프의 죽음에도 굴하지 않고 댐을 부순 안나는 이번 모험으로 진정한 자립을 하게 되며 아렌델의 여왕으로 우뚝 선다.
영화 속 쉬지 않고 등장하는 크고 작은 웃음 요소도 흥행에 한몫을 할 것이다. 다만 크리스토프가 부른 <Lost In The Woods>는 마이클 볼튼을 떠올리게 하는 곡이었고, 장면도 8090세대가 보고 자라온 록 스타들의 뮤직비디오 속 클리셰를 차용하는 연출 등으로 미루어 봤을 때 <겨울왕국2>는 기존의 아동 관객보다 성인층 관객들에게 더욱 사랑받을 것으로 짐작된다. 확실히 아이들의 개그 코드는 아니었다.
가을은 일 년 중 결실의 계절로 불린다. 봄에 씨를 뿌리고, 무더운 여름을 견뎌낸 곡식이 익어감에 따라 인간은 수확을 통해 다가올 겨울을 준비하며 한 해를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가진다. 전편에 비해 어둡고 짙어진 색감과 숲 속 널려있는 나뭇잎은 <겨울왕국2>의 캐릭터들은 물론이고 나아가 디즈니의 성장까지 내포하는 미장센이다. 이번 편이 개봉한 시점도 한겨울이 아닌 늦가을인 만큼 봄 여름 동안 버텨온 우리의 삶에 농익은 가을 곡식처럼 알찬 영화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