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 파라마운트, 유니버설, 그리고 디즈니
1929년부터 1939년까지 약 10년 동안이나 이어진 미국의 경제대공황은 그야말로 참혹했다. 생업을 포기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람들이 지갑을 열지 않으니 브로드웨이에서도 한동안 쇼가 열리지 않았다. 이에 루즈벨트 대통령은 뉴딜정책의 일환으로 영상산업을 제시했고, 정부의 투자를 받아 많은 스튜디오를 설립하게 된 부지는 당시 오렌지 농장만이 가득했던 캘리포니아의 북서부였다. 바야흐로 헐리웃의 시대가 열리게 된 것이다. 지금이야 헐리웃 영화에서 해외 로케이션으로 촬영된 경이로운 자연의 모습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지만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인 <오, 할리우드>에서도 알 수 있듯 초창기의 많은 영화들은 원가 절감을 위해 세트가 가득한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수많은 무비스타들의 상징이 스튜디오라는 것은 이제 역사적으로든 그 외 어떤 측면으로든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 된 것이다.
긴 역사를 자랑하는 헐리웃의 7대 메이저 스튜디오를 중심으로, 그들의 로고와 테마곡이 누구에 의해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작업 당시 있었던 비하인드 스토리는 무엇인지 알아보도록 하자.
* 필자의 선호곡을 바탕으로, 모든 수록곡을 리뷰하지는 않았습니다.
* 본문 텍스트에 다수의 유튜브 링크를 첨부하였습니다.
20세기 폭스
(20th Century Studios)
1935년 윌리엄 폭스에 의해 설립된 폭스사는 문예영화의 선두주자로써 1940년대에 전성기를 맞이했고, 1950년대에는 마를린 먼로의 전속 회사로 유명세를 떨쳤다. 1986년 호주의 재벌인 루퍼트 머독이 매입해 다른 스튜디오들과 마찬가지로 외국자본이 유입되기 시작. '폭스 팡파레'라고도 불리는 로고 테마는 뉴먼가의 수장이었던 알프레드 뉴먼이 폭스에서 음악감독으로 근무 당시 MGM의 의뢰를 받아 만들었지만, 당시 폭스의 임원이었던 대릴 F.재넉이 이 곡을 마음에 들어해 폭스의 로고 테마로 최종 탄생하게 되었다는 후문이 있다. 뿐만 아니라 존 윌리엄스도 이 테마를 굉장히 좋아해서 <스타워즈>의 OST 1번 트랙에도 여럿 삽입되었다. 2018년 개봉한 <보헤미안 랩소디>의 오프닝은 퀸의 멤버인 브라이언 메이와 로저 테일러가 직접 참여해 락버전으로 재탄생했으니 비교해서 들어보자.
유니버설
(Universal Pictures)
호러와 웨스턴 장르를 개척한 장본인인 유니버셜은 1912년 창립되었다. 다른 스튜디오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규모 영화의 제작에 집중한 편. 1959년 MCA에 소유권이 넘어갔고, MCA는 1990년에 일본 마쓰시타 전기에 팔렸다. 마쓰시타는 2008년에 파나소닉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유니버셜의 로고 테마는 제리 골드 스미스가 만들었는데 신기하게도 제리를 영화계에 입봉 하게 만든 장본인이 알프레드 뉴먼이다. 그래서일까, 악기 구성에서 비슷한 면을 느낄 수 있다(물론 폭스 팡파레만큼 스크린을 뚫고 나오는듯한 힘은 부족하지만). 2012년에 탄생 100주년을 맞이해 재녹음을 진행했는데 브라이언 타일러가 약간의 악기 편곡과 지휘를 맡아 화제가 되었다. 그의 말대로 음악감독으로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영광이 바로 배급사의 로고 테마를 작업하는 일이 아닐까. 2015년 개봉한 영화 <미니언즈>에서는 미니언들이 직접 부른 버전을 삽입해 관객들로 하여금 큰 재미를 안겨주었다.
파라마운트
(Paramount Pictures Corporation)
1912년 아돌프 쥬커에 의해 창립. '감독들의 스튜디오'로 불릴 만큼 당대 유명 감독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으며, 주로 도시의 세련된 관객들의 기호에 맞게 영화를 제작해 80년대부터 10년간은 중 정상 이상의 흥행 성적을 보유했다. 창립 후부터 2011년까지 로고와 테마곡이 자주 바뀌며 뚜렷한 테마라고 느껴질 만큼의 좋은 곡이 없었지만, 2011년에 탄생 100주년을 맞아 마이클 자키노가 새롭게 로고 테마를 작업했고, 미션임파서블의 4번째 시리즈인 <고스트 프로토콜>에서 처음 공개됐다. 다른 스튜디오의 로고 테마처럼 '파라마운트 팡파레'라는 이름으로 통용되고 있다.
월트 디즈니 컴퍼니
(The Walt Disney Company)
1940년에 개봉한 디즈니의 두 번째 장편영화 <피노키오>의 송타이틀 "When You Wish Upon A Star"를 지금까지 로고 테마로 쓰고 있다. 1937년 선보인 첫 번째 장편영화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보다 영화의 흥행은 저조했지만 디즈니가 "When You Wish Upon A Star"를 로고 테마로 사용하는 바람에 전 세계에서 이 곡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간혹 작품별로 로고의 테마곡이 바뀌는데 <모아나>의 경우가 그렇다. 2018년 개봉한 <코코>는 멕시칸 스타일로 편곡해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으니 비교해서 들어보자.
그 외 콜롬비아, 워너브라더스 등은 로고 테마가 존재하나 영화마다 생략 혹은 변형의 경우가 많아 따로 추가하지 않았다. 앞으로 나올 한국 영화의 4대 배급사 로고에서도 이와 같이 멋진 음악을 들어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영음소녀 네이버 포스트를 통해 2020.05.20 업로드된 글입니다.
해당 원고를 옮기는 과정에서는, 브런치 측에서 제공하는 맞춤법 검사 툴로 오탈자만 새로이 정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