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에 첫 단행본 출간을 앞둔 초보 작가의 인쇄 판형 고민기
"판형 뭘로 할지 정했어요?"
함께 경기히든작가에 선정된 작가이자 14년 차 편집자로 최근 1인 출판사를 창업한 모 대표님이 말했다. <새 봄>이 원고 대비 사진이 많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사진 에세이니까 책의 판형에 따라 느낌이 확 달라질 것이니 이에 대한 고민을 해 보는 것이 좋다는 조언이다. 요 며칠 몇 개의 에피소드를 추가로 수정하면서 표지 컬러 톤이나 전체적인 디자인의 분위기 정도는 어렴풋이 구상해 봤는데, 판형은 국배판, 신국판 이외엔 들어보지도 못했으니 당연히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도 없다. "교보문고 가서 비슷한 톤앤매너의 사진 에세이 대여섯 권 찾아보고 오세요. 보면 무슨 말인지 알 거예요." 그리하여 오늘 아침, 쇼핑몰 오픈런도 해본 적 없는 내가 서점 오픈런을 했다. 그거 알아요? 일산점은 9시가 아닌 10시에 개점한다는 사실.. 나도 알고 싶지 않았어요.
4x6판
(128*190mm)
파리가 사랑한 카페 | 최내경 | BOOKERS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던 판형은 B6 사이즈의 4X6판. 손으로 들고 볼 때에도 너무 크거나 반대로 너무 작지 않은 적당한 크기. 소설이나 에세이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판형인데 이 책이 동일한 판형의 다른 책들보다 유난히 더 작아 보였다. 아마도 표지 배경이 어두운 컬러라 슬림하게 느껴졌던 듯. 사진 배치와 전체적인 레이아웃도 촌스럽지 않은 편이라 디자이너가 누구인지 괜히 끝 장을 한 번 보게 됐다. 한 장이 끝나고 다른 챕터로 넘어갈 때 들어가는 간지에 사진을 넣으면 어떨까 했는데 실물을 보니 괜히 촌스럽게 풀로 채워 넣는 것보다는 이렇게 단색 컬러로만 구성한 것이 오히려 깔끔한 것 같다.
국판변형
(125*185mm)
우리의 여름은 거기에 있어 | 정세진 | 개미북스
국판변형인 125*185mm. 예전에 양지 다이어리로 자주 보던 판형이다. 표지 디자인에 여백이 많아서 판형 자체가 크게 느껴질 법도 한데 막상 손에 잡아보니 그다지 크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특이한 것은 사이즈를 보기 전엔 4x6판보다 가로로 넓다고 느꼈는데, <파리가 사랑한 카페>의 표지가 제목 밑으로 사진을 넣은 세로형 디자인이라서 그런 듯하다. 내지는 갱지 같은 미색 재생지인 듯한데 이 정도면 사진 인쇄가 딱히 먹어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안 그래도 이번 단행본에서 콩기름인쇄와 재생지를 사용해 볼 정인데, 재생지의 특성상 컬러 인쇄가 잘 나오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어서 퀄리티를 포기하고라도 진행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이 많다. 하지만 이 정도 인쇄라면 충분히 괜찮아. 사진 배열도 너무 맘에 들었고, 특히 도비라를 풀로 채우지 않고 살짝 사이즈를 줄여 여백을 더 준 것이 눈에 들어왔다. 아아. 나도 이런 알잘딱깔센 편집자와 디자이너님 만나고 싶네.
판형 이외에도 고민해 볼 것들
띠지 그리고 본문 폰트와 색상
코팅지는 재활용도 안 돼서 늘 책을 사 오면 허리띠는 일반 쓰레기통 행 급행열차를 태워 보낸다. 띠지 없이도 마케팅 효과를 볼 수 있는 디자인을 만나 매우 반가운 상황! 띠지인 줄 알고 당겨보려다가 엥? 하고 당황한 건 비밀 아니고.. 폰트와 색상 선택도 고민해보고 싶다. 에세이는 세리프, 소설은 보통 산세리프 계열을 많이 쓰던데 요즘 출간되는 책들은 과거보다 조금 더 세련된 폰트를 쓰는 추세인 듯하다. 디테일이 약간 다른데 이걸 뭐라 콕 집어 표현하기 애매하지만 경기청년바탕과 Kopup바탕의 차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그렇다고 고딕을 아예 선택지에서 배재하고 싶지는 않다. 대신 얇고 작았으면. 컬러는 무조건 검정을 쓰기보단 짙은 파란색이나 적당한 초록색도 좋다. 실제로 눈의 피로도도 덜하다.
그래서 제 선택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