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경기히든작가 당선 건에 대하여
작년 말부터 어렴풋이 얼개만 짜 놨던 <새 봄> 원고를 말도 안 되는 단시간에 써냈다. 여기서 완성이라는 척도는 총 23편의 에피소드를 엮은 A4지 기준 70여 장이 넘는 원고와 기획, 집필 의도를 담은 간단한 소개서를 다 탈고한 것을 말한다. 고료가 있는 마감도 아니고, 청탁을 받은 건도 아니면서 몸소 발등에 불을 지르고 채찍질을 해가며 버텨낸 이번 마감을 돌이켜보니 이제 나는 완전한 마감 전문인으로 다시 태어난 것인가 싶기도 하다. 대체 마감의 힘이란, 그 힘의 근원이란 무엇이기에 재만 남은 추진력에 바짝 마른 장작을 쌓고 기름을 콸콸 부어 불을 지피게끔 만드는지 재고해 보니 의외로 이번 마감의 명분은 간단했다. 바로 상금. 공고 속 '당선 작가별 창작지원금 300만 원 지급'이란 문구는 게을러 터진 반 백수 창작자를 또 한 번 마감노동자로 만들었다. 매절로 환산해도 300만 원은 꽤 큰 금액이고, 타 공모전처럼 ‘상금=선인세’라고 생각해도 이건 괜찮은 조건이다. 그러니 어쩌겠어. 키보드를 문이라 생각하고 두들긴다.
전체적인 구상을 하는 것은 늘 즐겁다. 햇수로 3년여의 시간 동안 이어 온 탐조 이야기를 계절별 파트로 분류하고, 꼭 들어가야 할 큰 에피소드를 먼저 선정했다. 저어새에게 덕통사고 당해서 탐조에 입문한 스토리를 프롤로그로, 남편과 지겹도록 다녔던 파주에서 만난 새들, 도래지에서 조난당할 뻔했던 사건, 촬영 비하인드 등 꼭지를 잡는 것 역시 어렵지 않았다. 중간중간 쉬이 읽힐 만한 이야기를 덧붙이니 초고를 쓰는 건 일도 아니다. 문제는 늘 마감. 3월 27일에 게재된 공고문을 인스타그램에서 본 것이 4월 8일이다. 5월 7일 마감까지 딱 30일 남은 시점. 중간에 머리 좀 식힌다고 하루 이틀 논 것 같은데 달력을 보니 결국 마감까지 남은 시간이 2주. 남은 글은 하루에 한 편 꼴로 써내야 했고, <새 봄>은 마감 하루 전인 5월 6일 저녁 경콘진으로 넘어갔다.
결과는 당선. 공모 마감으로부터 정확히 일주일 후 저녁 7시가 조금 넘어서 연락이 왔다. 공고문에서 고지한 결과 발표일은 '5월 중'으로만 표기되어 있고 정확한 일자가 없어서 언제쯤 발표가 나려나 하루에 두 번씩 홈페이지를 들락거리고 있었다.
당선되었다는 문자를 두 눈으로 확인하고 "와- 이게 된다고?"
홈페이지에서 내 이름과 원고 제목을 보고도 "와- 진짜 됐다고?"
사실 당선되었다는 결과가 믿어지지 않은 게 아니라 그동안 편집부 선배들과 글로써 먹고사는 많은 이들이 늘 하던 '마감은 어떻게든 된다'라는 이야기가 결국 현실이 되었다는 것이 놀라웠다. 남들 다 봄 섬으로 탐조 가는 시즌에 꾸역꾸역 방구석에서 쳐낸 글이 단행본이 된다니. 지겹게 달고 살던 영화도 아니고, 탐조가 인생 첫 책이 된다니. <오우팝> 연재 당시 K 선배가 닥트리오를 언급했는데 나는 전생에 닥이 아니라 닭이었던 걸까. 찌들어 반만 깨어있던 병든 닭은 부천에 가면서도 혹시 꿈인가 싶었고, 시상식 후 간담회에서 횡설수설 답변하며 뭔가를 한 것 같긴 한데, 어느 순간 정신 차려보니 꽃다발을 들고 집에 가고 있었다. 아 그럼 꿈은 아니구나...
10월 말 출간까지 4개월 정도가 남았다. 교정교열과 큰 편집에 들어가기 전까지 약간의 여유가 있으니 조금 더 보완해서 가을에 좋은 책이 될 수 있게 수정 작업을 할 예정. 꿈꿔오던 재생지와 콩기름 인쇄도 시도해 보고 싶다. 책이라는 물성도 언젠가는 쓰레기로 돌아갈 것이고, 그렇다면 제작 때부터 조금이나마 친환경적인 방법을 고심할 수밖에 없으니.
근데... 입금은 언제 되나요? 공기업 결재처리가 생각보다 늦...