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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겨울

나무는 생명력은 겨울에 결정된다. 칼바람 추위 속에서 하늘로 자란다


나무의 겨울

이제야 참모습 보는구나


단풍 색조화장 지우니 민낯 드러나고

화사한 드레스와 벗으니 맨살 보인다.

주렁주렁한 액세서리 버리니

정말 거칠고 볼 품이 없구나


날카로운 바람 불고 눈보라 들이닥치는데

방한복도 목도리도 없이 어떻게 지내려고 하니


아무도 널 찾지 않을 것이고

누구도 바라보는 이 없을 거야


언 땅 눈 덮인 산에서

세찬 바람과 눈보라 맞아야 한단다.

너는 아무런 걱정이 없어 보인다.

여전히 하늘 향해 두 팔 들어 기도하는구나


이 땅이 널 버리더라도

하늘을 품어야 살 수 있단다


차갑고 단단한 땅에 서서

무한한 하늘을 끌어안으렴

칼바람 맞아 깊은 상처 나고

그 생채기가 아프고 쓰라려도

치유될 수 없는 상처는 없단다


나무는 겨울을 견디면서

속 안으로 나이 먹는 것


혹독한 추위 속에서

기나긴 침묵 속에서


보이지 않게 천천히

하늘로 올라가는 것


그래야 비로소

하늘로 자라는 나무가 되는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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