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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월의 노래

노래는 피날레가 중요하다. 그  여운이 깊고 오래 남아야 진정한 예술이다


             십이월의 노래          



참으로 기인 호흡으로 달려왔습니다.  

   

달력이라는 악보가 한 장씩 넘겨질 때마다

설렘 속에서 멋진 공연을 기대했습니다. 

    

우리의 레퍼토리는 변함이 없습니다. 사랑입니다.


첫 음정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낮고 부드럽게 불렀습니다.     

나의 노래는 잔잔한 바람결에 실려 퍼져나갔습니다.

아무런 메아리가 없어도 그저 좋았습니다.   

  

때로 부점을 따라 힘주어 부르기도 했습니다.

내 노래는 강물이 되어 흘러갔습니다.

아무런 공명이 없어도 즐거웠습니다.    

 

유월의 언덕 위에서 점점 강하게 불러 보았습니다.

숨이 차서 호흡이 멎어 버릴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죽는다 해도 아쉬울 것이 없었습니다. 

    

여름날에는 태양처럼 터질 듯 폭발하며

은하의 공간을 향해 부르짖기도 했습니다.     


가을에는 지휘자의 손길을 따라 우아하고 장엄하게 불렀습니다.


이제 악보에 남은 음표는 점점 여리게입니다.

저는 작곡자의 의도대로 서서히 사라질 것입니다. 


피날레는 침묵입니다.     

그 침묵이 오랠수록 나의 그리움은 깊어질 것입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지난 열두 달 삼백예순 다섯 날은

나의 삶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행복한 시간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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