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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의 눈발을 보며

삼월의 눈은 봄의 전령사, 봄이 오는 길을 예비하는 세례 요한이다.


삼월 초순 흐린하늘에

눈가루들이 휘날린다.


내 머리카락도 셀 수 없는데

어찌 저 눈발의 수를 셀수 있으랴


코팅한 순백색 친환경 염료는

어느 페인트 공장에서 생산되는 것일까?


상록수는 변함이 없기에

가지마다 더 많은 눈이 덮이는 하늘의 축복을 받는가보다


유심히 보니

삼월의 눈발은 봄의 전령사


군무로 라인댄스추며

“내 뒤를 봐 봄이 밀려오고 있는게 보이지 않니”?

전하고 있다.


귀기울여 들어보니

삼월의 눈발은 공중에서 소리치고 있다.


저마다의 목소리로 크게 외치고 있다.

봄이 왔다고 겨울을 이긴 봄이 왔다고


더 깊이 들여다보면

저들은 순교의 사명을 띠고 이 땅에 내려온 자들이다.


찬란한 생명의 봄을 위하여

나비처럼 펄럭이다가 이땅에 내려

하얀피 흘리며 사라지는 거룩한 순교자이다.


그 피를 마시고 땅은 깨어나고

그들이 흘린 순교의 피는

노란 개나리와 연분홍 진달래로 피어난다.


마침내 봄은 천지사방을 고운빛깔로 채색하고

봄날의 제국은 천년동안 이 세상을 지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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