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는 그림자를 만들지만 정작 자기 자신은 그림자가 없다.
해는 그림자가 없다
해는 삼라만상의 그림자 만들지만
정작 자기 자신은 그림자가 없다.
세상은 해라는 영사기가 돌아가면서
지구라는 스크린에 그림자들이 활동하는
커다란 촬영소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대본으로 한 편의 영화를 찍고 있다.
그림자는 꽃마저도 검은색이다.
달도 월식 때에는 상복을 입는다.
유독 노을만 붉은빛으로 타오르는 것은
인생의 황혼을 열정 다해 살아야 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밝음의 끝은 어둠이고 어둠의 끝은 밝음의 시작
그 둘의 서로 만나는 지평선이 저녁의 석양이다.
둘이 무슨 일이 있어도 하루 두 번 만나는 것은
끝이 좋은 인생 살아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태양이 그림자를 만드는 이유를 아는가
자기 자신이 그림자가 없는 결핍 때문이다.
그래서 물 한 모금 축이지도 못해 타는 목마름에도
저렇게 뜨거운 열심다해 그림자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자신을 넓은 품으로 감싸 안아주고
중심에 높이 띄어 빛나게 해 주고
연중무휴 태양 사우나 열게 해 준 하늘이 고마워
자기도 하늘처럼 세상을 따스하게 하려는 것이다.
이 땅의 나뭇가지 끝에 자기 닮은
둥글고 탐스럽고 빛나는 열매들을 주렁주렁 매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