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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 찬가

소라의 기상나팔이 들리는가? 일어나라! 뱃고동 소리가 들리는가? 출항하라


          소라 찬가          




소라는 나팔수이다.

파도의 진원지이다.     


바다는 소라의 기상나팔이 울려야

깊이 잠든 파도들이 일어나 점호를 한다.     


선임과 후임 군번 순이 아닌

먼저 일어나는 대로 달려 나간다.

이 아침 구보를 우리는 파도라고 부른다.


소라의 고동이 울려야 배들은 출항한다.

항해하는 배와 표류하는 배의 차이는

소라의 고동소리를 듣고 못 듣고이다.


소라가 있기에  바닷물은 밀려와서

모래알들을 어루만지고 쓰다듬는다. 


예전 중학교 갓 들어간 남자아이들의 민머리에서 느끼는  

까슬까슬한 촉감을 즐기면서...


게는 소라의 집 앞에서 언제나 “소라야 놀자” 부른다.

그 집에 아무도 없으면 혼자 들어가서 놀기도 한다.  

   

소라빵에 소라는 없다.

그래도 아무도 상표 도용이나 사기죄로 고발하지 않는다.

소라는 동네 빵집을 살리는 효녀로 칭찬이 자자하다.  

   

가뜩이나 사는 것이 힘든데

포장마차에 소라가 없으면 누가 쓰라린 속을 풀어주겠는가    

 

바다 밑에 소라가 없다면 해녀들은 무엇을 건져 올린단 말인가    

 

오늘도 바다는 소라를 넓고 푸른 가슴으로 품는다. 


내일을 향해 떠나는 

이 세상의 모든 배들의 힘찬 뱃고동 소리가 들린다 

    

갈매기들도 돛 대위로 높이 날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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