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고양이다

내 멋진 똥꼬를 봐

꼬리를 높게 치켜든 고양이와 나

by 이라하

고양이와 함께 살기 시작한지 반 년이 넘게 지났다.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몸짓들을 몇 개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사료 통 앞에서 애옹! 하게 짧게 끊어 우는 것은 밥을 달라는 것이며, 문이 열리기 직전 뒷다리를 꿇듯 주저앉는 것은 문밖으로 뛰쳐나가기 위해 추진력을 얻으려 하는 행동이라고. 하나 둘씩 고양이의 몸짓을 이해하려고 하던 도중, 유독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 있었다.


20180620_Seemyanal.jpg

꼬리를 높게 치켜들고 당당하게 걸으면 털 없이 조그마한, 내 엄지손톱만한 분홍빛 피부가 노출된다. 꽃 모양으로 꽉 다물린 연분홍색 주름에는 말라붙은 똥딱지가 두어개 말라붙어 있다.


화장실에 다녀올 때마다 인간이 달려들어 따뜻한 물을 적신 휴지로 엉덩이를 닦아 줘야 하는데, 이 녀석은 소리 소문 없이 화장실에 가기 때문에 타이밍을 맞추기 쉽지 않다. 눈치챘을 때는 이미, 늦었다. 바싹 마른 똥딱지는 코안에 엉겨붙은 오래된 코딱지처럼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물티슈를 문지르면 고양이는 아프다고 비명을 지르며 놓아달라고 난리를 친다.


고양이 행동과학 책을 살펴보았다. 이렇게 항문을 노출하고 다니는 것은 안심의 표현이라 한다. 이곳이 너무나 좋아서, 즐겁고 행복하며 안식이 가득한 곳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나를 믿기 때문에 꼬리를 높게 세우고 당당하게 집 안을 활보한다고 한다.


그래, 이곳이 네 집이다.

똥딱지를 묻히고 다녀도 부끄럽지 않은 고양아.


여기는 네 집이고,

나는 네 곁에 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