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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고양이다

그 작은 몸의 어디에,

아픔이 머무를 자리가.

by 이라하

고양이가 토했다. 세 달 째, 셀 수 없으리만큼 많이.


밤 열두시에 황급히 택시를 잡아타고 24시간 동물병원에 갔다. 먹이를 그대로 토한 것을 보면 급하게 먹어서 그럴 수 있다, 기다려 보자. 조금 굶은 다음에 소량씩 먹여 보자는 조언을 들었다.


그것이 벌써 세 달 전.


수없는 구토에 익숙해진 나는 이제 꺼억꺼억 소리가 들리면 차분히 입 앞에 키친 타올을 대령하게 되었다. 일일이 마음아파하지 않았다.


그리고 어제 밤 열두 시,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은 제르-나의 사랑스러운 회색 털뭉치가 녹색 토사물을 울컥울컥 토해냈다. 그 작은 몸에 아플 곳이 어디에 있다고, 꺽꺽거리며 온몸을 떨었다. 평소 두어 번 커억 컥 하면서 토하면 끝이었는데.


심장을 통째로 토해낼 것처럼 괴로워하며 열여섯 번을 꺽꺽거리더라.


처음 보는 녹색 즙, 희한한 색깔의 구토를 보고 인터넷을 검색했다. 이물질 폐색으로 인한 장관폐색일 경우 담즙이 역류하여 이런 색깔이 될 수 있단다. 맙소사.


바로 택시를 불러서 병원을 향했다.


수의사는 침착하게 고양이를 살폈다. 배를 만져보고, 눈을 살피고 체중과 체온을 쟀다.


제르는 이제 한 살 생일까지 열흘이 남았다. 아직 어리고 작다. 아플 나이가 아니라 하셨다.


캔사료 조금을 가져와 맛보여 주자 제르는 할짝할짝 조금씩 핥아먹었다. 반쯤 먹고 남겼는데, 나이에 비해 식욕이 덜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일단 집에 가서 지켜보자고, 비닐 조각을 토하거나 대변에 비닐 조각이 섞여 나오면 체내에 비닐이 있다는 이야기일지도 모르나 지금 그런 것이 아니라고.


“토하기 전에 뭘 했어요?”

“양치를 했어요. 버박 닭고기맛 치약을 조금 주었어요.”


하루 정도를 굶었는데 빈속에 치약이 들어가 위를 자극해서 토할 수도 있다고.


일단 지켜보자고.

나는 걱정되고 답답한데, 털뭉치는 뚱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납작하니 바닥에 달라붙어 아무 일도 없는 것 마냥.


조금 기운이 없는 것도 같다. 위내시경을 권유받았으나 전신마취를 해야한다 하여 걱정이다.


제르야, 아프지 말아라.

어서 나으렴.

원하는 대로 다 먹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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