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입
“고양이는 세모로 이루어져 있어.”
가까운 친구인 Y가 말했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는 두 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다. 첫째 나미는 몸을 동그랗게 말고 눈을 감은 채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다. 나미를 바라보며 내가 말했다.
“고양이는 원이야. 가장 완벽한 도형이지.”
Y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는 펜을 들어 종이에 선을 그었다. 주우우우우욱 그어진 검은 선이 유려하게 종이에 펼쳐졌다.
고양이의 뒤통수를 빠르게 스케치한, 자그마한 두 귀를 그린 그림이었다.
(잠시 모델로 둘째 제르가 수고해 주었다.)
“봐, 귀가 세모라고.”
“귀...는 세모 같기도 하군.”
나는 Y의 말을 1퍼센트 인정해 주기로 했다.
“하지만 부드러운 등과 엉덩이, 그리고 꼬리를 보라고.”
Y가 이맛살을 찌푸렸다.
“옆모습을 봐. 유려한 세모 모양이라고 할 수 있지.”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첫째 나미가 모델로 수고해 주었다.)
나는 12퍼센트 정도 설득되었다. 그리고
Y가 세 번째 의견을 꺼냈다.
“턱을 봐. 턱은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훌륭한 세모 모양인걸.”
“고양이 턱을 왜 아래에서 올려다봐야 하는데...?”
나는 더이상 설득되지 않았다. Y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의 의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Y는 계속해서 그림을 그렸다.
“세모 입.”
“아하.”
그림을 보고서 비로소 나는 이해했다.
고양이에게는 세모도 있다.
Y는 흐뭇하게 그림을 바라보더니 물감을 묻혀 붓을 칠했다.
“앞으로 내 필명은 세모입으로 할 거야.”
“네 맘대로 해라.”
Y는 세모입이 되었다.
나는 여전히 고양이는 가장 완벽한 도형이며 원이고 모든 것이라고 믿는다.
세모입은 고양이가 세모로 이루어져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자신을 세모입이라 불러달라고 한다.
그리고 나는 12퍼센트 정도, 고양이가 세모를 함유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나의 법칙에 예외를 두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