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고서, 페달을 밟는다.

그릿그라운드x얼바인 트레이닝 6기 2주차.

by 이라하

시작하기 전에.


"자전거를 배우러 간다고?"

친구가 물었다.


"그건 선수들이나 하는 거 아니야? 그냥 탈 줄만 알면 되잖아. 안장에 앉아서 바퀴만 굴릴 수 있으면 되지."

사실은 나도, 예전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것을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잠시 생각하다가 친구에게 말했다.


"그림도 혼자 그릴 수 있지만 배우면 늘잖아?"

"그거야 그렇지만."

"혼자서 많이 그리다 보면 실력이 좋아지지. 하지만 프로가 옆에서 피드백을 해 주면 나쁜 습관이 생기기 전에 교정하고, 더 빨리 실력이 좋아질 수 있지."


"으-음."

친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도 있겠네."


하지만 여전히 납득하지 못한 얼굴이다.


"선수를 할 것도 아닌데, 자전거를 더 '잘' 타게 되면 뭐가 달라지는데?"

"내 기분이 좋아지지."

단호한 내 대답에 친구가 웃었다.


"그렇구나."


그래서 지난 8월, 나는 자전거를 배우러 학원에 갔다.


학원의 이름은 '그릿그라운드'.


GRIT은 도서 '그릿GRIT' 을 통해서 접했던 개념이라 반가웠다.


노력하지 않을때 당신의 재능은 발휘되지 않은 잠재력일 뿐이다. 재능이 기량으로 발전할수도 있지만 노력잆이는 불가하다. 노력은 재능을 기량으로 발전시켜주는 동시에 기량이 결실로 이어지게 해준다.


도서 그릿에서 발췌한 한 문장이다.


그릿은 '끈기있게 노력하는(지속되는) 열의'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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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주차 교육 중 2주차.

게시판에 스티커를 붙여 출석 체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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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치님과 트레이너님, 그리고 함께 수업 듣는 분들께 단행본을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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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A조의 와트바이크 테스트가 시작되었다.


와트바이크란 사이클 선수들이 훈련용으로 사용하는, 비싼 고정자전거다.

양쪽 페달에 얼마나 무게를 실어서 밟고 있는지도 측정할 수 있고,

시간당 얼마나 힘을 쓰고 있는지도 측정할 수 있다.

체중을 실어 내리누르면 그 힘도 측정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심박계 설정에서부터 헤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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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트바이크. 파워 측정 전 B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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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달링을 하다가 점점 더 앞으로 고개가 숙여진다.


온몸에 힘이 빠지며 코어 근육에 힘을 주지 못하고 기우뚱, 기울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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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영 코치님이 지켜보고 계신다.


그녀는 지금, 그릿그라운드의 사이클 코치 겸 대표다.

전 국가대표 선수 출신으로, 체고를 다녔다고 했다.

띄엄띄엄 들었던 이야기들을 듣다가, "검색하면 네이버에 육지영 코치님 나와요." 라는 이야기를 듣고 인터넷창을 열었다.


과연 내가 코치님을 웹에서 검색해도 될까?


'공인'인 누군가를 알게 될 때는 그런 고민이 있다.

내가 몰라도 되는 어떤 이야기를, 내가 그 사람의 입이 아닌 다른 루트로 이미 알게되어버렸을 때.


나는 현재 A님께 어떤 교육을 받고 있는데, A님의 공적인 평판은 좋다고만은 할 수 없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A님의 좋지 않은 평판에 대해서 읽었을 때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

A님의 좋은 점에 대해서 사람들이 모른다는 느낌을 받았고, A님이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세상에 외치고 싶었다.


고민하다 검색을 눌러본 나를 맞이한 것은 한 편의 기사였다.


2012년, 지금으로부터 6년 전.

몸담고 있던 곳에서 어깨부상과 성적부진을 이유로 방출된 후, 새로 들어간 팀의 대회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는 짧은 기사.


특히 육지영은 아직 재활 중으로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닌데도 대회 정상을 차지해 박 감독을 웃음 짓게 하고 있다.
박 감독은 “(육)지영이가 인천체고를 졸업할 때부터 눈독을 들여왔다. 기량이 뛰어나고 무엇보다 게임 흐름을 읽을 줄 안다”고 말했다. - 뉴스1코리아 발췌


흔히들 '잘하는 것과 가르치는 것은 다르다' 라고는 한다.

뛰어난 물리학자로 유명한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얼마나 최악의 교사였는지에 대한 평가를 보라.


과연 '국가대표 사이클 선수'가 '자전거 초보자를 잘 가르치는 코치'가 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에 대해서, 저 기사가 그 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녀는 역경을 견뎌냈고 스스로 일어났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아는 것이다. 이 사람이 진짜로 힘내고 있다는 것을.

반드시 옆에 서 있을 필요가 없는데도 옆에서 힘차게 외친다.

"더! 더 할 수 있어요! 더!"


그럼 나는 내게 존재하는지조차 몰랐던 미약한 의지의 끝자락을 짜내서 마저 페달을 밟는다.

항상 머릿속 한구석에 떠돌아다니던 다음 이야기에 대한 불안부터 미래에 대한 막연한 염려까지 모든 것들이 싹 날아가 버린다.

핸들을 잡은 양손과, 죽어라 뛰고 있는 심장과, 페달 위에 클릿으로 고정된 나의 발.

끊임없이 원을 그리며 조금이라도 더, 온몸으로 달리려고 하는 내가 여기에 있다.


Here & Now
지금, 여기.


마음챙김(Mindfullness) 명상에서 아무리 나를 비우려고 해도 나는 그게 잘 되지 않았다.

머릿속에 생각이 너무 많아서 그랬다.


하지만 지금 여기서 완전히 머릿속이 하얗게 날아가 버리는 경험을 했다.


코치님, 우리 코치님.

너무나도 당당하게 우리 앞에서 "더! 더! 더! 더더더더더더!" 를 외치는 코치님이 있고, 트레이닝을 돕는 육지환 트레이너님과 옆에서 묵묵히 달리고 있는 조원들이 있고, 행사를 주최하며 돕는 장정수 이사님과 안영균 대리님이 계시다.


여기에 계셔 주셔서 감사합니다.


파워테스트를 마친 A조는 근육트레이닝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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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출신인 육지환 트레이너님이 구령을 붙인다.

그럼 다같이 훈련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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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쉬는 시간, 커다란 시계가 돌아간다.

이 10분은 마치 학교 다닐 때의 쉬는시간처럼 너무 금방 지나간다.

눈 깜빡 떴다 감으면 지나가는 시간이다.


가기 전에는 으아 으아 두려워 으아 으아를 외치면서도,

다녀오면 너무 기분 좋다고 말하는 나를 보며 친구가 물었다.


"아까 아침에는 가기 싫다며."

"응."

"갔다오니까 좋다며."

"응."

"왜 그래?"

"나도 몰라."



모른다. 왜 좋은지 모르겠다. 그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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